‘KTX 청소년 드림’ 타고 싶어요…열차 부족해 불만 [쿠키청년기자단]

‘KTX 청소년 드림’ 타고 싶어요…열차 부족해 불만 [쿠키청년기자단]
지난 3일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용산행 KTX. 사진=정경선 기자

# 한 달에 10번 이상 KTX를 타는 양은송(22)씨는 열차 비용을 줄이기 위해 ‘KTX 청소년 드림’과 같은 할인제도를 이용하려 한다. ‘KTX 청소년 드림’을 통해 예매하면 7000~1만4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양씨가 주로 타는 오후 12~6시 시간대엔 이용할 수 있는 열차수가 적어 할인을 받기 어렵다. 그는 “오후 시간대는 ‘KTX 청소년 드림’ 열차가 없고, 아침이나 막차에 많다”라며 “그래서 할인받지 못하고 열차를 타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KTX 청소년 드림’을 막상 청소년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오전과 심야시간대에 열차 편성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가 2014년 10월 도입한 ‘KTX 청소년 드림’은 코레일멤버십 회원 중 만 13~24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승차권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청소년 인증을 한 후, 애플리케이션 코레일톡과 레츠코레일 홈페이지에서 ‘KTX 청소년 드림’으로 할인 예매가 가능하다. 열차별 승차율에 따라 10~30% 운임 할인이 적용된다.


지난해 12월20일 경부선(서울역~동대구역)과 호남선(용산역~광주송정역) 두 개의 노선의 ‘KTX 청소년 드림’ 열차 시간대(12월26~30일)를 직접 확인한 결과, 오후 시간대보다 오전과 심야시간대에 열차가 주로 편성돼 있었다. 평균적으로 오전 5~9시까지는 3개 열차, 오후 9시부터 심야시간대는 2개 열차, 그 사이 오후 시간대는 0~3개 열차가 매번 다르게 편성돼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간대는 열차가 비교적 적은 오후였다. 서울역→동대구역 노선은 오후 12시38분~8시, 용산역→광주송정역 노선은 오후 4~9시 시간대에 ‘KTX 청소년 드림’으로 예매할 수 있는 열차가 대부분 매진이었다. 반면 새벽이나 늦은 밤 시간대는 표가 많이 남아 있었다.

‘KTX 청소년 드림’ 타고 싶어요…열차 부족해 불만 [쿠키청년기자단]
지난달 28일 용산역→광주송정역 노선의 기차 시간표. 코레일톡 캡처

상대적으로 낮은 할인율도 문제다. ‘KTX 청소년 드림’의 할인율은 유동적이지만, 보통 오후 시간대 할인율은 10%인 경우가 많다. 같은 시간대 입석 할인은 15%, N카드로는 15~4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다른 할인 제도로 더 높은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KTX 청소년 드림’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이다.

KTX를 한 달에 4번씩 이용한다는 김정윤(22)씨도 “급하게 KTX를 탈 때는 ‘KTX 청소년 드림’의 좌석수가 부족해 일반열차를 더 많이 이용한다”라며 ”아침이나 심야시간대에는 ‘KTX 청소년 드림’이 아니어도 다른 할인을 받을 수 있어, 굳이 이용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청소년에게 열차 할인을 해주는 비슷한 제도가 있다. 영국의 ‘16-25 레일카드(Railcard)’를 소지하면 횟수 제한 없이 기차 요금의 3분의 1을 할인받을 수 있다. 월~금요일 오전 4시30분부터 오전 9시59분까지 최소 요금이 적용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최대로 할인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수단의 요금 할인 제도는 대상에게 특별히 교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거나, 가급적 대중교통을 타도록 유도해야 할 때 필요하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크워크 위원장은 KTX의 할인 제도에 대해 “특정한 대상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용자를 늘리려는 목적도 딱히 없어보인다”며 “다소 실효성이 없고 모순된 측면이 존재한다. 각종 청년정책을 내놓을 때 편승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제도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교통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교통약자들에겐 공공교통비 지원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교통약자들인 청년과 노약자, 여성들은 실제로 자동차보다 대중교통의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김 위원장은 “외국에서 할인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제도를 통해 이익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라며 “국내 대중교통 정책들은 지나치게 흑자, 적자로 나눠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KTX 청소년 드림’의 도입 취지는 2014년과 변경되지 않았다”라며 “코레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객들이 찾는 시간대가 없는 건 안타깝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경선 쿠키청년기자 redvelvet27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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