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직원=판사, 新직업등급에 분노·허탈함 담겼다" LH 풍자글 주목

내 집 마련 위해 열심히 사는 평범한 직장인들 분노
"재테크 공부하는 일반인이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보배드림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 "LH 투기 사태를 보면서 (열심히 살아온 직장인의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분노와 허탈감이 담긴 LH 풍자 게시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LH를 비롯해 공공기관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하는 등 사익을 추구했다는 데 대한 응분을 해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2021년 신 직업등급표' 게시물 작성자 A씨는 불법 투기로 막대한 부동산 차익을 얻은 LH직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에 대한 비판을 풍자물로 표현했다. 


평범한 직장인인 A씨는 지난 9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2021년 신 직업등급표'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내부정보를 투기에 활용해 돈을 불릴 수 있는 LH 직원과 차명 투자가 가능한 그 가족 및 지인들이 올해 가장 좋은 직업이라는 의미의 풍자 게시물이었다. 

그가 올린 신 직업등급표는 총 5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높은 등급인 1등급은 판사와 'LH직원'이다. 2등급에는 유명로펌 변호사와 '형제가 LH직원'이, 3등급에는 변호사·의사와 함께 '부모가 LH직원'이, 4등급에는 금융기관과 '친척이 LH직원'이, 5등급에는 공기업, 대기업 그리고 '베프가 LH직원'이 올라와 있다. 모든 등급엔 LH직원이 빠지지 않았다. LH직원이거나 지인 중 LH직원이 있으면 평범한 봉급쟁이보다 더 낫다며 비꼬았다. 불공정한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A씨는 "요즘 (소득을 늘리기 위해)회사를 다니면서 저녁에 아르바이트하거나 주식·부동산과 같은 재테크 공부를 하며 열심히 사는 직장인들이 많다"면서 "그렇게 사는데도 치솟은 집값에 자기 집 하나 사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LH 땅 투기 사태를 보면서 화나고 열 받기도 하지만 풍자 게시글을 보며 여러 사람이 공감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LH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이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게시물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LH의 알파벳 'L'을 한글 자음 'ㄴ'으로 'H'를 한글 모음 'ㅐ'로 보고 LH를 '내'로 읽는 언어유희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LH 혼자 산다'로, 권력형 비리를 다룬 영화 '내부자들'을 'LH부자들'로, 동화책 '다 내 거야'를 '다 LH 거야'로 패러디하는 식이다. 

밀레의 작품 '이삭줍기'를 '묘목 심기'로 바꾼 합성 사진도 화제를 모았다. 일부 LH직원들이 묘목을 심어 토지보상비를 늘리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풍자로 보인다. 

LH 땅 투기 의혹 초기보다 현재 이같은 풍자 게시물이 부쩍 늘어난 것은 일부 LH직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LH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LH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 "잘려도 땅 수익이 평생 버는 돈보다 많을 것" 등 발언한 것이 캡처본의 형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이들의 비뚤어진 애사심과 막말은 이번 사태로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한탄을 쏟아내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블라인드 캡처
특히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LH직원으로 보이는 누리꾼이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공분을 샀다. 

해당 직원은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이라며  "꼬우면 이직하던가. 너희들이 아무리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라고 발언을 했다.  

누리꾼들은 "내부정보 이용하는 비리를 복지라고 떠드는 수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자" "어디 한 달 뒤에도 그 소리가 나오나 보자" "더 탈탈 털어줘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LH 직원의 막말 글들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국토교통부와 LH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1차 결과를 발표하면서 "(LH) 내부에서 적절치 않은 글을 쓴 사람이 있다고 확인됐다. 제가 보기에도 참으로 온당치 않은 그런 행태"라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의 품격을 손상시키고 실제로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더하는 이런 행태는 결코 용서받아서 안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을 통해 조사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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