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철 밟는 관치금융...은행권, 정부 시장개입에 전전긍긍

정부, 대출이자·배당 축소 등 시장 개입...은행주 상승세 찬물
은행 건전성 훼손+투자자 불만 등 부작용 속출
일본 관치금융, 주가 왜곡...기업 영업에도 부정적

일본 전철 밟는 관치금융...은행권, 정부 시장개입에 전전긍긍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금융당국과 정부여당이 은행권에 대출 규제에 이어 이자까지 개입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금융그룹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금융권과 시장에서는 자율적 의사 개입까지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충격에 대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무원칙적인 시장 개입은 민간기업의 정책방향과 투자자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관치금융의 원조’ 일본은행의 경우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유동성함정에 빠지면서 주가와 기초체력도 흔들리고 있는 추세다.  

금융권, 정부여당·당국 개입에 ‘전전긍긍’…금융지주 주가도↓

정부여당과 금융당국이 최근 시중은행을 상대로 대출 이자에 이어 배당 축소 등에 개입하면서 금융권의 고민이 커졌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인한 서민 부담을 완화시키자는 취지이지만 은행의 정책 방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최근 올해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연장(3월 만기)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못을 박은데 이어 정부여당은 은행에 대출 이자까지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 방향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대출 상환 연장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나 예대마진까지 줄이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환 유예를 끝내버리면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도 커지고 이는 은행의 건전성 훼손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하면서도 “대출 이자까지 줄이라는 것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전성 관리하라더니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은행은 공공기관도 아니고 주주들이 보유한 민간기업이다. 정부는 은행의 정책 방향에 마음대로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취지와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정부가 개입해서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정부가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같다”며 “코로나 위기 이후 늘어난 은행 대출의 상당 부분이 서민의 생활자금 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 주로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정책 취지와도 맞지 으며, 은행 예금 금리도 하락할 경우 예금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은행의 배당성향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배당이 감소하면 그만큼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은행의 원활한 자금조달에도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에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난 이후 반등하던 은행주(금융지주)의 주가도 횡보(혹은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도 (민간기업인 만큼) 자금이 원활하게 조달돼야 금융시장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선순환이 이뤄질려면 금융주의 배당성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은행주의 배당성향은 해외(40%)에 비해 낮은 24%에 불과하다”며 “은행주는 고배당주로서 국민들의 투자 자산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치금융 원조’ 일본은행, 과도한 정부 개입 논란

관치금융의 원조 격인 일본은행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국책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상장기업에 매입한 ETF(상장지수펀드)의 보유 잔액(장부가액 기준)은 약 47조엔(5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보다 많은 액수다. 

일본은행의 적극적인 주식 매입으로 현재 닛케이 지수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 금융시장 국장을 지낸 야마오카 히로시 퓨처이사는 일본 은행이 EFT를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중장기적인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지 언론도 일본은행의 주식 매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은행의 ETF 매입은 금융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 목적이지만, 대규모 구매는 주가를 왜곡하고 기업의 신진 대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주가 하락 국면에서 나타나는 평가손실은 결국 일본은행의 재무 악화와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행의 주가는 현재 지속적으로 하락세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주가(1월 22일 기준)는 2만6390엔으로 고점(17만엔) 대비 80% 이상 떨어졌다. 일본은행은 중앙은행으로 전 세계 유일하게 주식시장에 상장된 은행이다.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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