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이겨낸 김광현, MLB서도 증명했다

데뷔 시즌에 코로나19와 신장 경색 등 변수 이겨내고 8경기 출전해 3승 1세이브 거둬

역경 이겨낸 김광현, MLB서도 증명했다
사진=AP 연합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2달이면 충분했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까진.

KBO리그 통산 298경기에 출전해 136승 77패 평균자책점 3.27을 거두는 등 한국을 제패한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과거 한 차례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그는 꿈을 잃지 않고 재도전에 나섰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2년간 최대 1100만 달러(약 128억원)에 세인트루이스 입단하게 됐다. 꿈을 이뤄낸 김광현에겐 꽃길이 펼쳐질거라 예상됐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에 확산되면서, 메이저리그는 무기한 연기됐다. 스프링캠프 4경기에서 8이닝 5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등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광현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던 그였기에 아쉬움 배가 됐다. 김광현은 이례적으로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귀국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여행 제한 조치로 인해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결국 김광현은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묵묵히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메이저리그가 7월말에 개막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광현이 노리던 선발 자리는 이미 가득 차 있었다. 부상으로 이탈했던 마일스 마이콜라스가 복귀했고, 남은 5선발 자리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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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연합

김광현의 임무는 마무리투수였다. 기존 마무리투수 조던 힉스가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을 포기하면서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에게 뒷문을 맡겼다.

김광현은 지난 7월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개막전에서 5대 2로 앞서던 상황에서 9회말 마무리투스로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며 간신히 세이브를 거뒀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기다림 끝에 낙이 온다고 하던가. 김광현에게 기회가 왔다. 세인트루이스 안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부상자들이 생겨났고, 선발 투수 자리에도 공백이 생기자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을 선발 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첫 선발 경기였던 8월18일 시카고 컵스전에 첫 선발 등판해 3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김광현은 빠르게 선발 투수로 안착에 성공했다. 2번째 경기인 신시내티 레즈(8월23일)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빅리그 첫 승을 올렸다. 세인트루이스 베테랑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합의 일품이었다.

첫 승을 거둔 김광현은 메이저리그를 공략해 나갔다. 8월까지 김광현은 5경기에 등판해 2승(무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0.89를 기록했다. 김광현은 투수로 보직 변경 후 4차례 등판에서 20.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0.44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현지에서도 신인왕 후보로 언급했다.

역경 이겨낸 김광현, MLB서도 증명했다
사진=AP 연합
하지만 또 한 차례 위기가 다가왔다. 지난 3일 갑작스레 김광현이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갔다.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돼 검사를 받았고, 신장 쪽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명은 신장 경색. 신장 경색은 신장으로 피를 공급하는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김광현은 피를 맑게 해주는 혈액 희석제 등 약물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통증은 잡혔지만 지난 7일 시카고 컵스전에 오르지 못했다. 8월에 놀라운 페이스를 보였던 김광현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부상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다행히 빠르게 호전세를 보인 김광현은 지난 15일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경기를 펼친다. 복귀전에서 7이닝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아쉽게 승리는 무산됐지만 김광현의 활약에 현지 언론들은 김광현의 신인왕 수상을 받아야 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후 피츠버그를 상대로 4실점을 하며 다소 부진했지만, 25일 밀워키 홈경기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3승을 올리며 정규리그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김광현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은 3승(0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 정규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손에 꼽는 성적이다. 난관을 하나씩 뚫고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아직 김광현의 2020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라있다. 세인트루이스가 지금 순위를 지키면 포스티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김광현이 가을야구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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