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보다 더 무섭다” ‘신종 코로나’ 불안에 빠진 평택

“화장실 비누가 평소보다 배는 빨리 닳아요. 어제만 2~3개를 새로 끼워 넣었어요”

경기 평택역에서 청소노동을 하는 유모(63·여)씨는 29일 오전 평택역 내 키오스크를 소독제로 닦으며 말했다. 유씨는 역 내부를 하루에 4~5번씩 전체 소독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소독제를 갖고 다니며 수시로 뿌리고 닦는다. 평택에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나온 후 생긴 지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평택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날 오전 평택역에서 인근에서 마주한 시민의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어림잡아 10명 중 7명꼴이다. 역사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50대 여성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상황인 거 같다”며 “사람 많은 곳도 평소에는 피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평택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던 지역이다. 당시 평택에서 총 38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했다.  

역사 내 편의점의 마스크는 물론 방한대까지 품절됐다. 마스크를 미처 구비하지 못한 이들이 편의점을 찾았지만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편의점을 운영 중인 송모(50·여)씨는 “어제저녁 마스크를 채워 넣었는데 곧바로 품절됐다”며 “평소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인근 또 다른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도 “마스크는 입고되는 즉시 품절된다. 다른 편의점을 가도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며 “발주를 많이 넣어도 넣은 양만큼 물건이 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평택시 내 유동인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평소보다 확연히 줄었다. 시내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지난 2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임시 휴원한다. 평택북부노인복지관과 평택남부노인복지관도 다음 달 5일까지 휴관한다. 택시기사 유한규(70)씨는 “평택역에서 손님을 40분 이상 기다렸다”며 “평소 10여분 기다려 손님을 태우던 때와는 다르다. 평택역을 포함해 거리에 사람이 확연히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거주한 평택시 장당동 일대는 더욱 한산한 모습이었다. 확진환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병원과 약국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각각 병원·약국의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인근에서 마스크를 끼고 산책을 하던 두 여성은 “이곳은 원룸촌이라 오전에 사람이 잘 없다”면서 “요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거리에도 사람이 잘 없다. 우리는 답답해서 나왔지만 사람들이 집 밖으로 잘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당동 인근 서정리 전통시장에서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인들은 “오늘까지 쉴 걸 그랬다” “손님이 왜 이렇게 없느냐”고 성토했다. 시장에서 분식 등을 판매하는 방옥경(61)씨는 “메르스 때보다 손님이 더 없다”며 “왜 또 평택에서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토로했다. 손자들에게 줄 간식을 사러 시장에 들른 한 남성은 “손자들은 밖에 못 나온다. ‘총’ 맞을 일 있느냐. 진짜 총알은 피하면 되지만 이 총알은 사람을 따라다녀서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대형마트도 손님이 줄은 것은 마찬가지다. 평택 서정동 하나로마트와 평택 지제동 이마트에서는 손님의 다수가 마스크를 낀 채 장을 봤다. 서정동에 거주하는 문광수(75·여)씨는 “이 부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에 밖에 잘 안 나왔다”며 “장을 보러 4일 만에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전했다. 

마트에서 가장 눈에 띄게 동나는 상품은 손세정제였다. 인근 공단에서 일한다는 한 여성은 손세정제 30여 통을 한꺼번에 구매했다. 그는 “이것도 모자르다”며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수가 320명이다. 화장실마다 2개씩 배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소독제도 약국에서 구입하려 했는데 ‘3일은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메르스 때보다 더 무섭다” ‘신종 코로나’ 불안에 빠진 평택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나름의 ‘자구책’을 내놓기도 했다. 장당공원에서 만난 70대 박모(여)씨는 장갑 위에 비닐장갑을 낀 채로 운동 중이었다. 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하려고 비닐장갑까지 꼈다”며 “집에 가면 비닐장갑을 버린 후 손을 깨끗이 씻고 장갑을 세탁한다”고 설명했다. 필터가 없는 얇은 마스크를 두 겹씩 끼는 시민도 있었다. 이모(54·여)씨는 “비싼 마스크를 사기에는 돈이 아까워 가격이 싼 마스크를 두 겹씩 착용한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는 이러한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손을 자주 깨끗하게 씻는 방법과 필터가 있는 마스크의 착용을 올바른 예방법으로 권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 장당동에 거주하는 A씨(55)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로 관광을 갔다가 지난 20일 귀국했다. 입국 당시 별다른 증세가 없었다. A씨는 지난 21일 감기 증세가 나타나 자택 인근의 병원을 찾았다. 그러다 지난 25일 38도가 넘는 고열이 발생했고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됐다.

평택=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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