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오버워치 신드롬

사라진 오버워치 신드롬

오버워치의 영광은 끝난 것일까.

글로벌 게임사 블리자드는 2016년 5월 하이퍼 1인칭 슈팅 게임(FPS) 오버워치를 출시했다. 출시 직후 엄청난 파급력을 보인 오버워치는 202주간 PC방을 점령했던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치고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PC방 점유율이 한 때 35% 가까이 치솟는 등 대세 게임 반열에 올랐다.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던 오버워치였지만, 각종 문제가 불거지며 유저들의 게임 이탈이 가속화됐다. 그 결과 2019년 11월 마지막주 차트에선 점유율이 7%까지 떨어지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분위기 환기를 위해 지난 10월 블리자드는 블리즈컨에서 PvP를 중심으로 한 신작 ‘오버워치2’ 발매를 예고했으나 유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 너무나도 느린 업데이트, 신규 콘텐츠의 부재

그렇다면 오버워치 인기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게임 발매 초창기 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오버워치였지만, 인기 하락의 주된 원인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늦은 콘텐츠 업데이트가 유저들의 반발을 불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버워치는 신규 영웅과 전장의 업데이트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이다. 지난 7월 31번째로 공개된 영웅 ‘시그마’ 이후 약 4개월 가까이 신규 영웅 출시가 없다. 오버워치 발매 당시 22개의 영웅이 나왔으나 3년이 지난 지금엔 10개의 영웅이 추가되는 데 그쳤다. 전장 역시 출시 이후 8개가 추가된 것이 전부다.

오버워치를 즐겨하는 28세 박진철 씨는 “업데이트가 느리다보니 새로움이 부족하다. 게임을 하다보면 지루할 때가 많다. 즐겨하는 게임이지만 신규 영웅이나 전장이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이 뿐만 아니다.

오버워치는 특정 기간에 이벤트를 진행한다. 겨울 시즌의 ‘환상의 눈꽃축제’를 비롯해 여름 기간에는 ‘하계 스포츠 대회’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공포의 할로윈’ ‘설날’ ‘감사제’ 등 다양한 특정 이벤트 기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이벤트에서 메인 콘텐츠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매해 여름 시즌에 나오는 ‘하계 스포츠 대회’ 시즌의 ‘루시우볼’은 3년째 나오는 데 콘텐츠의 내용은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공포의 할로윈’과 ‘환상의 겨울나라’ 역시 특정 콘텐츠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기록 보관소’의 경우에는 다수의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깨는 ‘협동전 플레이’가 있지만, 이 마저도 오버워치 스토리의 일부만 해당돼, 유저들의 만족도를 크게 올려주지 못했다.

▲ 고착화된 메타, 이제는 지겨워

오버워치의 또 다른 문제점은 고착화된 메타다. 

오버워치는 매 시즌 특정 조합으로 인해 게임 내 밸런스가 붕괴되는 경우가 잦았다. 게임 특성상 영웅 조합 간의 상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특정 조합의 성능이 너무 좋아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대표적인 고츠(3탱커-3힐러) 조합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딜러가 없는 고츠 조합은 유지력이 중심인데, 궁극기 의존도가 높아 한타가 아니면 별 다른 움직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게임 내 싸움이 빈번하게 이뤄지지 않고 큰 움직임 없이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잦았다.

1년 넘게 고츠 조합이 게임을 지배하자 블리자드 측은 ‘역할 고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역할 고정’은 모든 유저가 영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기존 시스템에서 팀 내 돌격 영웅 2명, 지원 영웅 2명, 공격 영웅 2명으로 무조건 구성하게 바뀌었다.

기존의 고츠 조합은 ‘역할 고정’으로 인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지만 탱커 영웅인 ‘오리사’와 ‘시그마’를 중심으로 한 방벽 메타가 자리를 잡았다. 고츠 메타의 핵심인 유지력이 좋은 방벽 메타는 상대의 원거리 공격으로부터 딜러와 힐러를 지킬 수 있었고, 탱커들로 꾸준한 피해를 상대에게 입힐 수 있었다.

다른 조합들 보다 뛰어난 성능으로 인해 경쟁전 18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대세 조합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오리사와 시그마가 너프를 받으면서 다소 하향됐지만 여전히 ‘방벽 메타’는 유저들의 중심 조합이기도 하다.

특정 조합으로 인해 일부 유저들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조합에 맞는 영웅들을 선택해야 했고, 이는 유저들의 오버워치 이탈을 유발시킨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사라진 오버워치 신드롬

▲ 블리자드의 처방전 ‘역할 고정’, 오히려 독이 됐다

고츠 조합을 타파하기 위해 도입된 ‘역할 고정’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았다.

‘역할 고정’ 초입 당시엔 조합 내 밸런스가 맞춰지며 유저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딜러나 힐러만 선택하는 등 극단적인 조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쟁전 뿐만 아니라 일반 게임에서도 ‘역할 고정’이 생기면서 유저들은 무조건 2-2-2만 사용하게 됐다. 일반 게임에서 편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도 '역할 고정'으로 인해 조합 구성이 강제됐다.

오버워치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순간 대응책도 쓸 수 없게 됐다.

예를 들어 화물이 밀리기 직전에 기동력이 좋은 영웅들을 대거 기용해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할 고정’으로 인해 인게임 전부터 역할군을 선택하다보니 순간 대처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역할 고정의 더 큰 문제점은 포지션간의 경기 매칭 시간 차이다.

오버워치 내에는 딜러 영웅 수가 타 포지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딜러 군에는 화려한 스킬과 상대를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스킬들이 많다보니 유저들도 주로 딜러 영웅을 즐겨 쓴다.

탱커를 선택한 경우는 길어야 5분 내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지만, 딜러는 10분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딜러 유저들은 게임 플레이 시간 보다 게임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급기야 인원이 적은 고티어 구간에서는 실력이 비슷하지 않은 유저들과 매칭이 되는 경우도 생겼다. 

오버워치 갤러리 내 한 유저는 “매칭이 길다보니 게임을 하기가 힘들었다. 원래 나는 딜러 유저였는데 매칭이 너무 길어지면서 탱커를 한다. 그런데 탱커 영웅은 수도 적고 익숙하지 않다보니 흥미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블리자드 측에서는 지난 11월 이런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고자 대기 시간 동안 ‘그룹 간의 전투 훈련 참가 가능’ ‘연습 전투’ ‘데스 매치’ ‘사용자 지정 게임’을 할 수 있게끔 조정했으나 유저들의 불만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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