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사과 한 마디

사과 한 마디

전두환씨가 광주 땅을 밟았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씨가 11일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 앞에 섰습니다. “이거 왜 이래!” 그의 첫 마디는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전씨는 그저 뒤 돌아 흘겨볼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습니다. 전씨 측은 이날 공판에서도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면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또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다”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 앞에 모인 광주 시민들은 “전두환 사죄하라” “전두환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그의 사과를 기다렸지만, 끝내 듣지 못했습니다. 전씨와 전씨 측의 반성 없는 태도에 국민들은 공분하고 있습니다. 두 차례나 재판을 거부하며 출석하지 않은 그의 태도나 전씨를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우며 비호하는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의 행태를 보면 반성의 의지조차 없어 보입니다. 이씨는 과거 한 보수매체와의 인터뷰 당시 “남침해서 우리나라 국민을 그렇게 많이 죽인 김정은도 서울에서 환영한다고 지하철에 환영 벽보를 붙이고 난리면서, 40년 전 일을 가지고 우리나라 발전을 이렇게 한 대통령을 아직까지도 그렇게 (박해)하면서 그런 편협한 사람들이 무슨 이북과 화해한다고 난리냐”고 말하기도 해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습니다. 

광주행을 마친 전씨는 재판이 끝난 뒤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걱정되는 본인의 몸만큼 다른 이들의 상처도 돌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과 한마디 듣고 싶었다”며 주저앉아 운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가족, “정말 잘못했다고 한마디라도 해달라”던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의 한 마디가 오늘따라 더 공허하게 들립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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