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유럽도 심상치 않다, 독일·영국서도 ‘반(反)화웨이’?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 중국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망(5G) 장비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움직임이 유럽으로도 퍼지는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시작된 화웨이 장비 사용금지 사태가 캐나다와 중국의 대립으로 이어졌고, 미국은 화웨이에 대해 기술탈취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는 등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도 미국에 이어 안보위험성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일본과 프랑스도 이러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독일과 영국에서도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 방안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이 나오면서 유럽에서도 ‘반(反)화웨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간으로 17일 독일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독일이 화웨이 장비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5G 구축에 필요한 기존의 보안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 정부 관계자는 “화웨이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어떻게 보안요건을 개정할 것인지 여러 정부 부처간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리는 백도어 등 화웨이 5G 장비 구축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검토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미역분쟁에서 촉발된 미국 정부의 화웨이 5G 사용금지 조치 이유도 하드웨어 장비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백도어(backdoor)’로 인해 정보가 유출되는 등 안보위험성이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그동안 (백도어 등) 증거가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화웨이 직원이 스파이혐의로 폴란드에서 체포되면서 독일 정부의 방침 변화됐다고 전했다.

앞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화웨이의 중·북부유럽 판매책임자인 왕웨이징과 폴란드 통신사에 근무하고 있는 폴란드 정보기관의 전직 고위간부가 스파이혐의로 폴란드 당국에 의해 체포된 바 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왕웨이징은 변호사를 통해 죄가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의 해외시장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독일 정부의 언급은 유럽 내에서의 파급역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화웨이의 주요한 해외시장이자 화웨이 유럽본부가 독일 뒤셀도르프에 위치해 있기도 하다.

화웨이 유럽도 심상치 않다, 독일·영국서도 ‘반(反)화웨이’?그러나 독일 내에서는 화웨이의 5G 장비사용을 금지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기업단체인 독일산업총연맹(The Federation of German Industries, BDI)은 “어떠한 기업도 증거 없이 5G 이동통신망 구축 파트너에서 제외되면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시간으로 17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BDI 측은 독일이 정부 차원에서 보안의 우려가 있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화웨이가 안보를 위협하고 이다는 주장은 입증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5G 이동통신망 구축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 위한 보안 강화와 기타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독일 외신매체 헨델스블랫 데일리(The Handelsblatt Daily)가 보도했다고 인용했다

한편, 반(反)화웨이 움직임은 영국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해외정보국(MI6) 알렉스 영거 국장과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도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에 화웨이 장비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은 “호주와 미국 등 우리 파트너들이 5G 네트워크와 관련한 최고의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서 하는 일을 살펴봐야 한다. 최근 드러난 바와 같이 중국이 때때로 악의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바 있다.

앞서 영거 국장은 지난해 12월 초 스코틀랜드에서 진행한 한 강연에서 “우리 동맹국들이 중국의 5G 기술과 플랫폼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이를 허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영국 이동통신 사업자 브리티시텔레콤(BT)은 화웨이 장비를 5G 구축 핵심장비에서 베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옥스퍼드대학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올해 화웨이나 화웨이 관련 기업으로부터 신규 연구 기부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영국에서 화웨이와의 협력관계를 둘러싼 대중의 우려를 고려한 조치”라고 밝히기도 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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