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배워요” 2018년 ‘아저씨 생존 전략’ 리빙포인트 5

“TV에서 배워요” 2018년 ‘아저씨 생존 전략’ 리빙포인트 5

아저씨의 위기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추지 못하고 뒤처지는 아저씨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행과 변화에 둔감한 건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아저씨들의 고유 특성이라고 치자. 하지만 2018년은 다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별 문제없이 넘어갔을 말과 행동들이 지금은 큰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사회생활을 어렵게 만들어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할 수 있다.

잘못된 말과 행동은 ‘언제나’ 잘못된 것이었다. 아저씨들에게 당하고 또 당하면서도 꾹 참았던 이들이 이젠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됐을 뿐. 다만 지금이라도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아저씨들에게 ‘개저씨’가 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아저씨 생존 전략 가이드. 자료는 최근 방송된 TV 프로그램에서 찾았다. 혹시 자신에게 적용되는 항목이 있는지, 미래의 ‘개저씨’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도 좋다. 혹은 주변에 있는 아저씨들에게 ‘실수인 척’ 링크를 보내줄 만한 내용은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 “어린 친구들도 끝까지 회식에 참석하는데, 본보기가 돼도 모자랄 우리 대리님들 싹 다 내빼고. 그럼 써? 동료애가 있어야지, 동료애가.”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2회에 등장하는 장면. 회사 회식 다음날 공철구 차장(이화룡)이 윤진아(손예진) 외 2명의 대리들을 불러서 하는 이야기. 일을 꼼꼼히 처리하지 못했다며 다그친 후, 전날 회식 이야기를 꺼내는 연속 공격. 회식에서 일찍 간 것을 대놓고 지적하기엔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먼저 업무 지적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치밀함이 엿보임. 동료애를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

※ 공철구 아저씨를 위한 회사생활 꿀팁 → 만약 부하 직원이 회식 도중 자꾸 사라진다면 질책할 것이 아니라, 혹시 자신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를 먼저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회식 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질 다른 원인은 없는지 고민해보고, 그래도 모르겠다면 직접 조심스럽게 물어보도록 하자.

또 동료애를 언급하기 전에 동료애가 무엇인지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좋다. 동료에게 큰 소리로 질책하면서 동료애를 언급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하 직원은 당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인형도 아니고 스트레스 해소 대상도 아닌 동료이자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지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하 직원 입장에선 여러 개를 동시에 지적하면 귀에 잘 안 들어 올 뿐 아니라 상사의 기분이 안 좋아서 혼났다는 생각만 든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TMI’라는 신조어가 무슨 뜻인지 시간을 내서라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우리 회사가 성차별이 있어, 억지로 강요하는 술 문화가 있어? 서로 대등한 관계로 어울리잖아.”

바로 위 내용에 이어지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공 차장의 3단 공격 마지막 발언. 사무실에서 이 말만 들으면 성차별도, 억지 술 문화도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두 존재하는 것이 문제. 술잔을 들고 돌아다니며 술을 권하거나 노래방에서 여직원들 어깨를 잡고 도우미 역할을 강요한 사람이 공 차장. 대등한 관계를 언급하는 스킬은 앞선 발언에서 동료애로 마무리 지은 것과 똑같은 화법.

※ 공철구 아저씨를 위한 회식 자리 꿀팁 → ‘나는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물론 기억나지 않는,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되짚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또 성 차별, 강요하는 술 문화의 본뜻을 되새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분명 과거보다는 회식 자리에서의 차별과 강요가 덜해진 것이 맞다. 그렇지만 어색함을 풀기 위해 농담으로 건넨 아주 사소한 말과 행동들도 성 차별과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하기 전에 관련 법 조항과 판례부터 찾아보자. 회식 분위기를 띄우려는 노력은 법과 매너의 테두리 안에서 하는 것이 좋다.



△ “일반인이 위장하고 촬영하러 온 줄 알았다”, “너 이름이 뭐지?”

MBC ‘이불 밖은 위험해’ 첫 회에서 배우 이이경을 만난 방송인 탁재훈의 발언. 이 발언으로 인해 연예계 대표 집돌이 스타들이 합숙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프로그램 콘셉트는 말로만 듣던 연예계 위계질서를 보여주는 체험 콘셉트로 바뀜. 자신이 모르는 건 남들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아저씨 특유의 근거 없는 당당함이 잘 드러남. 초면에 반말을 시전하는 것도 모자라 일반인 취급을 하고, 만난 지 한참이 지나서도 당연하다는 듯 이름이 뭔지 되묻는 행동들도 무례함 그 자체.

※ 탁재훈 아저씨를 위한 후배를 처음 만났을 때 꿀팁 → 아무리 처음 만나는 어린 후배라도 존댓말을 쓰고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예의를 갖춰 대하면 시간이 조금 지나 말을 편하게 할 기회가 생긴다. 실제로는 존중할 마음이 없어도 일단 그렇게 하는 것이 선배 대접을 받는 지름길이다. 다들 그렇게 하는 데 굳이 튀는 태도를 보여도 아무도 멋있게 보지 않는다.

그래도 도저히 후배들을 존중하며 지내는 것이 어렵다면, 리얼리티 예능이나 관찰 예능은 출연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태도 논란을 일으켜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보다는 방송을 쉬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 “누가 돼지고기로 샤브샤브를 해먹냐”, “다음부터는 (장보러) 가지 마”

‘이불 밖은 위험해’에서 태도 논란을 불러온 두 번째 발언. 배고픈 형들에게 저녁을 차려주려고 혼자 푸짐하게 장을 봐온 이이경에게 샤브샤브를 먹을 생각이었던 탁재훈이 던진 말. 이후 계속 뚱한 태도로 일관하며 밥 먹는 것도 거절하는 쪼잔한 50대의 모습을 보임. 먹고 싶은 음식만 이야기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탁재훈은 부정적인 태도로 멤버들과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듦. 거기에 이름도 기억 못하는 처음 본 후배를 향한 질책까지 더해짐. 정작 자신이 장을 보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음.

※ 탁재훈 아저씨를 위한 누군가 식사를 차려줄 때 꿀팁 → 누군가 자신을 위해 장을 보고 요리를 해주면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원하던 음식이 아니거나 맛이 없어서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다음엔 내가 직접 하겠다고 말하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얘기할 입이 있는 것처럼 자신에게 움직이는 손과 발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TV에서 배워요” 2018년 ‘아저씨 생존 전략’ 리빙포인트 5

△ “이거는 17도, 25도, 35도. 명절에 이런 거 안 먹어요?”

파일럿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아내 박세미의 마음을 아프게 한 개그맨 김재욱의 발언. 명절에 김재욱의 스케줄 때문에 홀로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을 이끌고 20개월 아들과 시댁에 가는 박세미의 모습이 그려짐. 아들은 울고 짐은 무겁고 길까지 잘못 드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시댁에 도착한 박세미는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림. 12시가 넘어 도착한 김재욱은 겨우 일을 마치고 아들까지 재운 아내를 챙기기보다 가방에서 준비한 술을 꺼내며 친척들에게 안 마실 거냐고 말함. 김재욱은 아내의 “혼자 신났네”라는 말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민망해 함.

※ 김재욱 아저씨를 위한 명절 꿀팁 → 아내가 임신 8개월일 때는 명절이라도 시댁에 가지 않는 게 좋다. 아내의 스트레스를 걱정하는 차원을 넘어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명절에 꼭 부모님을 보고 싶으면 아내 대신 홀로 가서 일을 돕는 방법도 있다.

만약 일 때문에 바빠서 아내가 힘든 상황을 겪도록 방치했다면 뒤늦게라도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명절에 꼭 친척들과 술을 마셔야겠다면 주방에 가서 직접 술상을 보도록 하자.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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