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아시아의 고양이’ 된 한국축구, 어쩌다 이렇게 됐나

‘아시아의 고양이’ 된 한국축구, 어쩌다 이렇게 됐나

[옐로카드] ‘아시아의 고양이’ 된 한국축구, 어쩌다 이렇게 됐나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한국 축구의 추락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이젠 중국에까지 덜미를 잡혔다. 16일 발표될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랭킹이 뒤처질 것이 유력하다. 랭킹 시스템이 도입된 1993년 8월 이후 24년 만이다.

현재 한국의 FIFA 랭킹은 51위다. 중국은 한국보다 11계단 아래인 62위에 랭크돼 있다. FIFA 랭킹 측정 툴에 따르면 한국의 랭킹 포인트는 71점 하락해 588점이다. 반면 중국은 랭킹 포인트가 626점으로 측정돼 한국보다 38점 앞선다.

숙적 이란(784), 일본(711)과도 상당한 차이다. 아시아의 맹주, 아시아의 호랑이라 불리던 한국은 이제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아시아의 고양이’가 됐다. 

형편없는 경기력과 의아한 선수 선발 기준, 히딩크 감독을 원하는 축구 팬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등 안팎의 소란 속에 한국 축구는 요란하게 침몰하는 중이다.

한국 축구의 문제점은 대표팀 경기를 챙겨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조직력은 둘째 치고 개인 기량 면에서 타 국가 선수들과의 경쟁력이 없다.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제치는 모습은 경기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기량이 낮은 공격수들만 상대했던 수비수들은 타 국가의 폭발적인 공격수들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자연스레 전술의 선택지도 적다. 종국에는 높이를 이용한 무의미한 롱 볼만이 계속된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악의 월드컵을 보낼지도 모른다. 낮은 피파 랭킹 때문에 한국은 월드컵에서 ‘죽음의 조’에 배정될 것이 유력하다. 한국에 1승 제물이 되어줄 국가는 없다. 같은 조의 국가들이 한국을 먹잇감으로 여기고 골문을 사정없이 두들길 것이 자명하다. 가능성은 커녕 곪은 상처만 확인하는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타개책은 보이지 않는다. 배는 침몰하는데 승객들에 탈출로를 제시할 선장은 온데간데없다. 

올리 슈틸리케 감독이 퇴출된 이후 소방수를 자처한 신태용 감독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은 변형전술을 무리하게 운용하는 등 위기를 자초했다. 

축구협회는 어떤가. 신 감독을 총알받이로 내세운 채 묵묵부답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뒤에서는 오히려 임원 선거 규정을 재선에 유리하게 개정하는 등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선수와 감독, 협회 어디 하나 믿을 구석이 없다. 최근 열린 러시아와 모로코전 참패는 한국 축구의 참혹한 현주소다. 2002년 이후 선수들의 잦은 해외 이적으로 한국 축구의 수준이 높아진 것처럼 인식됐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했다. 

‘이름값’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면면을 뜯어보면 초라하다. 손흥민을 제외하곤 현재 유럽 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창 기량을 발전시켜야 될 선수들은 중국이나 중동으로 진출해 정체됐다. 

이젠 현실을 인정할 때다. MBC 안정환 해설 위원의 말처럼 월드컵 본선에는 한국보다 못하는 팀이 없다. 영국 가디언지는 월드컵에 진출한 23개 팀 가운데 한국 전력을 22위로 평가했다. 한국은 어느덧 축구의 변방이자 최약체가 됐다. 2002년 신화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한국 축구는 퇴보했다. 환상을 벗어던질 때가 됐다.

개인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초 단계, 즉 황폐화 된 유소년 시스템의 재정비부터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에 가장 필요한 숙제로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 연령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꼽았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질적 성장은 더디다. 성적 지향적인 유소년 축구 구조 속에서 유망주들은 기술과 축구에 대한 흥미보단 입시 시험을 치르는 듯한 압박에 시달린다. 성적을 내기 위해 6학년 위주로 출전시키면서 저학년들은 기량을 쌓을 기회조차 없다.

다듬으며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필요하다. 학업과 축구의 병행, 유소년 축구 클럽의 활성화와 리그 운영 등의 숙제가 산더미다. 이를 계획하고 진행할 능력 있는 축구 행정가가 필요하다. 70~80년대에 머물고 있는 협회의 사고 전환을 위한 수뇌부의 피드백과 인적 쇄신 역시 뒤따라야 한다.

팬들도 한국 축구의 현 주소를 이젠 인정해야 한다. 격양된 비판보다 함께 숙제를 풀어나가야 할 때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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