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복지부 차관 “한국 복지, 갈길 멀다”

‘복지’, 사람 중심 성장 열쇠될 수 있어

“복지라고 하면 소비적인 지출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청에서 개최된 ‘국정운영고위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복지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권 차관은 “사람중심의 성장이 향후 경제 발전을 위해서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공공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권 차관의 국정운영고위과정 강연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1989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근무하면서, 복지부의 위상에 매우 큰 발전이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복지의 틀이 갖춰졌다고 본다. 복지부는 임신, 출산, 영·유아, 아동, 청소년, 노인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생애 전 부분에 걸친 업무를 맡고 있다. 역대 정부나 다른 국가들은 복지 제도의 특성이나 대상에 따라 보편적 및 선별적 복지 정책이 혼합·적용해 왔다.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대다. 선진국들은 한국이 고도성장을 할 당시에도 이미 4% 이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었다. 차후 우리도 3~4%대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 중 하나로 복지·고용·경제의 선순환을 들 수 있다. 소득중심의 이른바 ‘삼각성장’이 제대로 작동하면 내수시장 활성화 및 기업의 혁신성장이 함께 이뤄질 수 있다.  

일자리가 줄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도 갈수록 커진다. 대기업 취업자 수는 중소기업보다 적지만, 이들의 임금 수준은 월등히 높다. 따라서 상대적 빈곤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 삶의 질은 OECD 가입국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산업변화는 어떨까. 한국은 이미 15년 이상 초저출산 상태에 들어섰다. 이 기간 동안 해마다 40만 명 가량의 신생아들이 태어났지만, 올해는 30만 명 수준으로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과 인구절벽은 계속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주로 보육 인프라에 집중 투자해왔다. 이제 한국은 보육 인프라를 일정 부분 확충했다. 결혼과 출산이 하나 되는 사회적 문화 조성을 위해, 아동과 가족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역대 복지 정책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것은 ‘예산’이다. 복지 예산은 1993년 국방 예산을 넘어섰고, 2004년 경제 예산을 넘어서서 국가 전체 예산 중 32%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복지예산(복지·고용·주거 등의 총합)은 129조 수준이다. 

1977년 건강보험이 시행돼 12년 만에 전 국민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빠른 속도다. 국민연금은 1988년부터 시작돼 1999년 전체 국민에게 적용됐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계층 70%까지 확대됐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2008년 장기요양제도가 도입됐다. 외환외기를 겪으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도 도입했다. 

이렇듯 복지 제도가 확대되어 왔지만, 한국의 복지 지출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국민연금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OECD 가입국의 평균 GDP 대비 복지 지출은 약 21%이다. 아직 한국은 절반 정도이다. 그러나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오는 2040년에는 현재 OECD 평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왜 재정에서 복지 등 공공지출을 늘려야 할까. 재정지출을 통한 시장불평등을 해소 효과를 복지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갈길이 멀다. 적극적인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    

‘복지’라고 하면 소비적인 지출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복지의 사회 서비스분야에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다. 보건·의료 분야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해당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로써 정부 투자의 필요성이 있다. 비록 복지 분야의 일자리는 많지만, 타산업과 비교해 볼 때 평균임금과 근로시간, 고용안정성 등 개선점이 많다.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이러한 인력들의 처우 개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안전망은 더 이상 생존에 필요한 지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제성장과 고용, 복지가 함께 선순환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마련 및 적용하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재교육 등의 사회안전지원을 통해 은퇴 후에도 걱정 없이 생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정책 방향은 국제사회의 권고 기준과 추세를 적극 받아들인, 포용적 복지국가 건설에 맞춰져 있다. 복지부는 이러한 국정과제를 위해 ‘사람중심의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추진하고 있다. 출산 장려, 빈곤층 축소, 노인 빈곤율 완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자리 창출 등이 목표다.

권덕철 복지부 차관 “한국 복지, 갈길 멀다”

이젠 본격적으로 이러한 목표를 위한 실행을 만들어가야 한다. 과거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 생계비 이하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에 국한됐다면, 향후에는 중위소득 30%를 기준으로 ▶생계급여 30% ▶의료급여 40% ▶주거급여 43% ▶교육급여 50% 수준 등이 지원될 예정이다. 기초소득자들은 이러한 부분의 지원을 전부 받을 수 있는 통합급여에서 각각 기준선을 달리해 필요한 계층으로의 지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163만 명 수준까지 지원이 확대될 것이다. 부양의무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 및 보장 수준 강화, 빈곤층의 일자리 지원 등 예방을 위한 3차 안전망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참고로 상대적 빈곤층은 일반적으로 중위소득 50% 이하를 가리킨다). 

아동수당 도입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는 보호자의 소득과 관계없이 5세까지 약 250만 명에게 내년 7월부터 1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지자체 여건에 따라서 현금 외에 다른 상품권 등으로도 지급할 수 있다. 야당에서는 ‘초등학생에게 먼저 지급하자’거나 ‘일정 소득 수준 이하에 한해 지원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한국의 복지지출이 낮음을 거론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동·가족 분야의 낮은 지출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수당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OECD 가입국 중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나라는 미국과 멕시코 정도이다. 아동수당이 저출산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고, 아동이 건전하게 잘 자랄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밖에도 청년층에는 ‘청년구직수당’을, 노인층에겐 내년 4월부터 현재 20만원에서 5만원을 높인 25만원을 2021년에는 3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초연금과 연계해 장애인들에겐 연금 지급이 이뤄지도록 한단 방침이다.

역대 정부들은 의료보장성 강화를 추진해왔다. 기존의 건강보험은 소득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20% 가량 국가지원이 이뤄지고 있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도 63%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선 70%까지 올리려면, 비급여를 해소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비급여 부분 때문에 실손보험이 기형적으로 팽창해왔다.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비급여는 급여로 편입하고, 금융위와 함께 실손보험 개선도 고려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 도입에 있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코자 본인부담을 적용했는데, 과도할 경우에는 파탄이 날 수 있고, 의료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소득수준에 맞춰 상한제를 두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계층은 재난적 의료비를 통해 지원하려고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과정에서 어린이, 여성,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의 부담을 경감시킬 계획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기존에는 지역과 직장이 나눠져 있었지만, 형평성이 있진 못한 점을 전면 수정할 예정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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