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희생시켜 기회 얻은 안철수·국민의당…다음 희생양은?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당시 안철수 대표가 지난달 22일 전북을 찾아 “호남은 안철수의 정치적 고향이며 광야에 나섰을 때 손을 잡아줬다. 지난 총선 ‘녹색돌풍’을 만들어 다당제의 길을 열어냈다. 위기 때마다 기회를 주고, 승리와 변화의 발판으로 만들어줬다. 이번 위기에도 호남이 준 기회를 통해 국민의당을 회복시키고 더 크게 일어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는 전북을 희생시켜 캐스팅보트로 정치권 내 영향력을 급상승 시켰다.

김이수 부결로 성난 전북민심 거짓 호남홀대론으로 맞불

지난 11일 헌정 사상 최초로 전북 고창출신 김이수 헌재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전북 민심은 동요했다.

이어 이틀 뒤인 13일 안철수 대표는 전북출신 헌재소장 물거품에 대한 전북 도민들의 분노를 전북홀대론을 들고 와 잠재우려 시도했다.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북을 찾아 "대선을 거치며 전북은 큰 꿈을 꿨지만 文정부에 희생당해 전북 도민은 헛꿈만 꿨다"고 비난하며 화살을 문재인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돌렸다.

하지만 이 같은 안철수 대표의 권모술수(權謀術數)는 채 하루도 가지 못하고 호남 유일의 여당 예결위원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직격탄을 맞고 들통이 났다.

안철수 대표는 "새만금국제공항은 예산 한푼도 책정 안됐고, 새만금 관련 6개 사업에 대해 5610억원 예산 신청했지만 50% 이상인 300억 정도 삭감됐으며 특히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SOC사업 예산 역시 3000억이 삭감돼 전북 도민은 헛꿈만 꿨다"고 전북 민심을 호도했다.

이에 맞서 안호영 의원은 "새만금 SOC는 2017년 1488억원이었으나 국회에 제출된 2018년 정부예산안에서는 2562억원으로 전년대비 72.2%가 증가했다"면서 "새만금-전주고속도로 예산 역시 2017년 71억원에서 2018년 536억원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안호영 의원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하며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정부와 여당에 흠집을 내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전북을 챙기는 힘겨운 싸움에 힘을 보태라"고 호소했다.

전북 희생시켜 기회 얻은 안철수·국민의당…다음 희생양은?

◇전북 희생시켜 캐스팅보터 영향력 급상승한 국민의당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국민의당이 당략을 위해 정치적 '딜'의 카드로 사용했다는 흔적이 요소요소 드러났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김이수 부결 발단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리며 "국회 추천 몫 중 임기 1년짜리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헌법에서 보장한 3·3·3 임명 원칙을 깨트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김 대표는 "文대통령의 잘못된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에 대해 어떤 책임 있는 입장표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지적한 "잘못된 헌재소장 후보자"에 의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어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도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본회의 표결 전날 여권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철회하고, 류영진 식약처장을 해임하는 성의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며 “하지만 표결되는 순간까지 답변을 듣지 못하면서 국민의당 의원들의 마음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국민의당이 반대하고 있는 박성진 장관 후보자의 거취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을 담보해야 조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자진 사퇴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북은 기회를 잃었지만 국민의당은 현 정부 인사의 국회통과 여부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켜 영향력이 급상승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다시 발걸음을 대구로 돌려 “대구는 버림받은 도시라더라”고 외치며 영남홀대론을 주장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호남 지역주의를 자극시키며 이권을 챙기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의 광폭행보에 국민들이 어떻게 투표권을 행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주=이경민 기자 jb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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