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의 꿈’에서 깨지 못한 프랜차이즈 혁신위

‘갑의 꿈’에서 깨지 못한 프랜차이즈 혁신위

조현우 기자
입력 : 2017.08.12 05:00:00
수정 : 2017.08.11 16:14:1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꿈에 취한 사람은 현실에 발 디딜 수 없다. 여전히 갑의 꿈에 취해있는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는 을의 눈물을 닦을 수 없다.

지난 10일 가맹본사에 의한 갑질과 오너리스크 등 뿌리 깊은 병폐에 시름하고 있는 프랜차이즈업계가 자정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구성·발족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최영홍 고려대학교 교수 등 각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됐다. 혁신위원회는 불공정관행 근절방안과 가맹본사와 점주간의 상생방안 기획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혁신위원회는 궁극적인 목표인 자정보다는 공정위가 요구한 상생혁신안을 마감기한까지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가맹본부에 대해 필수품목의 마진 공개, 직권 조사 등을 골자로 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발표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공정위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정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적어도 10월까지 상생혁신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을의 눈물을 닦겠다는 공정위의 기조와는 달리 혁신위에는 가맹점주 대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혁신위는 제안이 거절당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자생을 위해 반드시 포함됐어야 하는 가맹점주 대표 없이 혁신위를 발족시켰다는 것은 결국 마감기한이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상생혁신안 제출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이는 혁신위의 존재의의가 자생이 아닌 공정위 대응조직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가맹점주협의회와 충분히 대화를 나눠왔고 이러한 내용을 혁신위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이 혁신위에서 의제로 포함될지, 포함되더라도 적극적으로 실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을이 없는 조직이 을과 함께 자정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셈이다.

최영홍 혁신위원장의 말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읽을 수 있다. 최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물류마진과 로열티로 가맹점에 이중부담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러면 계약을 안 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창업이라는 프로 세계에 뛰어드는데도 인식이 부족하고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너무 의존한다고 가맹점주의 인식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결국 가맹점주를 파트너가 아닌 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갑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이다.

최근 불거진 오너리스크에 대한 가맹점주 피해 보상도 결국 알맹이는 없었다. 피해예방책을 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보상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혁신위의 목표가 상생혁신안이 아닌 자정이었다면 초점이 가맹점주들에 맞춰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명백한 본말전도다. 혁신위는 왜 혁신위가 만들어졌는지를 되새겨야한다.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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