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도훈 감독 “황선홍·서정원, 선수 시절부터 좋은 자극”

“자력으로 ACL 티켓 따는 게 목표…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브리즈전에서 6대0으로 이겼을 땐 우승 분위기였다. 그런 경기력이 계속 나오면 틀림없이 팀의 철학에 맞는 목표를 달성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근래에 안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항상 선수들에게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정이 좋으면 결국 결과가 따라온다. 이에 대해 선수들이 공감을 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지난 경기에서 장점으로 부각된 것들을 잘 살리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는 이번 시즌 화끈하다. 개막전 ‘동해안 더비’를 비롯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브리브전에서 보여준 공격축구는 김 감독이 앞서 공언한 ‘호랑이 축구’의 위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다소 기복이 큰 경기력에 울산 팬들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울산은 최근 ACL을 포함한 세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21일 상암동 쿠키뉴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도훈 감독은 “이번 시즌 ACL 티켓을 자력으로 얻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과정에 집중하자고 말했고, 충분히 공감을 얻었다”면서 기복을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시즌 시작 후 2승1무3패, 썩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지만 김 감독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축구철학을 선수들이 이해하고,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주전은 무득점에 그쳤지만 13개의 슈팅을 기록하는 등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계획한대로 잘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뭔가를 만들기 위해 팀 내 구성원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결과가 안 좋은 것보다 과정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팀 기복이 다소 크다는 지적에 대해 김 감독은 “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정예 멤버가 온전히 다 나간 경기가 별로 없었다. 다 나갔을 때는 좋은 경기를 했다”면서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 기복이 있을 수 있다. 기복을 최대한 줄여 나가다보면 강한 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당장의 결과보다 더 길게 보고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은 다른 팀보다 일찍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달 7일 키치 SC(홍콩)와 ACL 플레이오프를 치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자력으로 따낸 티켓이 아니지만, 어쨌든 기회가 주어진 이상 우승컵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모든 팀들이 라이벌이라는 그는 “초반에 제주, 전북이 좋은 상황이다. 서울 또한 틀림없이 올라올 팀이다. 수원도 좋아지고 있다. 다 긴장하고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시기 현역생활을 한 황선홍, 서정원 감독에 대해선 “좋은 경쟁자로 생각한다”면서 “같은 시대에 축구를 하면서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이 있다. 선의의 경쟁을 하며 발전했는데, 지도자로서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자가 있어야 노력을 하고 발전도 한다고 생각한다.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공유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상헌·문정인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동계훈련 당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뿌듯하다”면서 “이상헌의 경우 이번 U-20 월드컵 4개국 친선대회에 발탁됐는데, 좋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 현대에서 데리고 온 이종호에 대해서는 “초반에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는데, 잘 소화하고 있다”면서 “공격수로서 팀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리라 기대한다”고 평했다.

김도훈 감독이 말하는 외국인 용병의 가장 빠른 현지 적응방법은 “한국말을 배워라”다. 아울러 최근 개인플레이로 도마 위에에 오른 코바에 대해서는 “실력이 출중하지만,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플레이 할 때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조언을 했다. 코바 역시 팀플레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과도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모 축구 게임에서 K리그 레전드로 등록될 만큼 상징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영광스런 일이다. 능력치가 꽤 높고 인기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내 딸이 그 소식을 듣고 ‘아빠가 그 정도 맞냐’면서 의문을 표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축구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기록, 상, 그리고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지도자로서도 (레전드로) 나올 수 있게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다짐했다.

이번 시즌 각오에 대해 김 감독은 “90분 내내 팬들이 자리를 뜨지 않게끔 공격적인 축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뭔가를 이루는 마음으로 축구장에서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리=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영상=고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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