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백성현 “간만에 진짜 드라마 봤다는 평가, 제 칭찬보다 좋았어요”

백성현 “간만에 진짜 드라마 봤다는 평가, 제 칭찬보다 좋았어요”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드디어 끝났습니다”라고 내뱉은 배우 백성현의 첫 마디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추운 겨울 내내 고생스럽게 찍었던 촬영이 끝났다는 안도감,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찍던 드라마가 끝났다는 아쉬움, 재밌게 보던 드라마가 끝났다는 팬으로서의 서운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에서 배우 백성현의 역할은 컸다. 초반부에는 분량도, 존재감도 작았다. 하지만 후반부에 그가 공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주요 인물 중 하나가 됐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모태구(김재욱)에게 죽음 직전까지 몰리는 상황의 연기로 극찬받기도 했다. 지난 16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백성현은 밝은 표정으로 그 장면에 대해 설명했다.

“감독님이 설정을 정말 잘해주셨어요. 원래 대본에는 뒤통수를 맞고 눈을 뜨면 모태구가 눈앞에 있는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이미 심하게 맞은 상태에서 묶여있는 설정으로 바꾸셨죠. 불도 꺼져 있고 피비린내가 나는 설정도 그렇게 탄생됐어요. 거기에 모태구(김재욱)가 눈앞에 있으니까 완전히 몰입돼서 연기는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아무리 내가 형사여도 여기서는 무조건 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려주세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죠.”


백성현이 맡은 심대길 역할은 드라마 초반부터 범인으로 몰렸다. 포털 사이트에 ‘보이스’를 검색하면 ‘범인 백성현’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였다. 처음부터 자신이 공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백성현은 애가 탔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백성현의 정체를 미리 알고 있던 사람은 장혁과 김홍선 감독 정도밖에 없었다.

“저는 제가 나쁜 쪽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하나 누나와 소속사에서도 모를 정도로 비밀로 했죠. 마치 마피아들끼리만 서로를 알아보는 마피아 게임 같았어요. 그래서 방송이 시작되고 1회부터 백성현이 범인이라는 얘기가 나와서 당황했어요. 시작부터 마피아로 몰린 느낌이었죠. 그 다음부터는 범인을 정말 열심히 잡는 형사 이미지를 굳혀서 시선을 돌리려고 했어요. 현장에서는 장혁 형, 감독님과 어떻게 제 역할을 공개할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갑자기 ‘메롱’하는 식으로 제가 공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의심은 받지만 아니겠지 하는 정도로 조금씩 포인트를 주려고 고민했는데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지난달 22일 ‘보이스’ 제작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결정을 받았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장면들이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제작진은 11~12회의 등급을 ‘15세 이상 시청가’에서 ‘19세 이상 시청가’로 조정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봤던 백성형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쿠키인터뷰] 백성현 “간만에 진짜 드라마 봤다는 평가, 제 칭찬보다 좋았어요”

“일단 내부적인 상황은 감독님이 결정하셨어요. 15세 등급으로 표현하기에 아쉬운 점이 많아서 등급을 올려보자는 얘기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쉬웠어요. 블러와 흑백 화면으로 처리돼서 놓치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모태구의 잔혹성을 통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장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신기했던 거는 같은 장면도 상황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는 점이었어요. 전작이었던 SBS ‘닥터스’에서는 누군가의 배를 가르는 장면이 그대로 나오는데 ‘보이스’에서는 안됐거든요.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과 죽이기 위한 것이 다르다는 게 신기했어요.”

백성현은 인터뷰 내내 ‘보이스’의 팬이자 애청자였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스스로 이렇게 뿌듯하고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이 있었나 싶었단다. 주변에 ‘보이스’를 보는 사람들에게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장르물에 대한 매력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 됐다.

“제가 ‘보이스’에 출연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스릴러 장르는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이스’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도 받았고 마지막까지 집중을 잃지 않고 재밌게 갔잖아요. 이래서 장르물을 하는구나 싶기도 했어요. 팬 분들이 드라마와 똑같은 속도와 호흡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음성 변조된 제 목소리를 키를 높여서 잡아낸 팬 분이 계신 것도 놀라웠고, ‘빨대식’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요. 저에 대한 칭찬도 좋았지만 ‘간만에 진짜 드라마를 봤다’는 평가가 제일 좋았어요. 이런 작품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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