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는 변화를 택했다 [LCK]

젠지는 변화를 택했다 [LCK]
젠지 e스포츠 선수단.   사진=강한결 기자

달라졌다. 이정도면 상전벽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패배의 위기에서 더욱 단단한 모습이 나왔다. 젠지 e스포츠에 대한 얘기다.

젠지는 16일 오후 8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담원 게이밍 기아와의 경기에서 짜릿한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기준으로 젠지는 정규리그에서 담원 기아와 네 번의 대결 가운데 한 번 승리했다. 마지막 승리는 지난해 3월 진행된 2021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서머 스플릿 기간에는 승리가 없었다.


이날 역시 출발은 불안했다. 젠지는 1세트 전 탑 바텀 라인 우위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담원 기아는 밀리는 와중에도 차곡차곡 드래곤 스택을 쌓으며 후일을 도모했다. 그리고 빈틈이 살짝 보이자 담원 기아는 이를 놓치지 않고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결국 젠지는 초반의 유리함을 이어가지 못하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이전의 흐름이라면 역전패 이후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겠지만, 2022 ‘뉴’ 젠지는 달랐다. 1세트 라인전에 힘을 줬던 젠지는 2세트에 교전 능력이 강한 챔피언을 다수 뽑았다. 이를 바탕으로 젠지는 대형 오브젝트를 두고 벌어진 교전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했다. 특히 2세트의 경우 불리한 흐름을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뒀기에 결과는 더욱 짜릿했다.

승부의 향방이 걸린 3세트. 젠지는 다시 한 번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담원 기아 서포터 ‘켈린’ 김형규가 ‘유미’를 선택한 것을 보고 젠지는 서포터 ‘신지드’ 카드로 맞불작전을 펼쳤다. 신지드 서포터는 4대 리그(LCK, LPL, LEC, LCS) 기준으로 ‘리헨즈’ 손시우가 처음 사용한 카드다. 도박 수에 가까운 선택은 결국 하이 리턴으로 돌아왔다. 마법공학 드래곤의 영혼이 걸린 교전에서 신지드는 ‘초강력 접착제(W)’와 ‘던져넘기기(E)’를 사용해 담원 기아의 핵심인 ‘쇼메이커’ 허수의 ‘빅토르’를 무력화시켰다. 교전 승리 이후 젠지는 담원 기아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이 역시 기존의 젠지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의 선택이었다. 지난해 젠지를 대표하는 단어는 ‘클래식’이었다. 2021 젠지는 메타와 상관없이 ‘레넥톤’, ‘아지르’, ‘칼리스타’ 등의 챔피언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제나 꺼낼 수 있는 필살기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선수들의 에고가 너무나도 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룰러’ 박재혁 역시 지난 14일 DRX와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직스’를 꺼내들며 비원딜 챔피언을 선보였다. 뛰어난 직스 플레이를 보여준 박재혁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에게 비원딜은 비판을 많이 받아서 아픈 손가락이었다”면서 “그래도 직스는 내가 생각한 각이 있었고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2년 동안 ‘라스칼’ 김광희(現 kt 롤스터), ‘클리드’ 김태민(現 FPX), ‘비디디’ 곽보성(現 농심 레드포스), 박재혁, ‘라이프’ 김정민(現 kt 롤스터)으로 라인업을 짠 젠지는 강한 라인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체급 차이가 나는 상대방에게 이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변칙적인 운영에 능한 팀에게는 굉장히 취약했다.

2022년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한 젠지는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쵸비’ 정지훈, ‘리헨즈’ 손시우를 영입하며 우승후보로 거듭났다. 모든 라인이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면서 젠지는 현재 다인 캐리가 가능한 팀으로 거듭났다. 더 이상 특정 선수의 활약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지난 2년 동안 젠지는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변화보다는 유지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2022년의 젠지는 그 어떤 팀보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를 택한 젠지가 올해는 LCK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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