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만큼 살 자신 없어요 [청년으로부터]

부모님만큼 살 자신 없어요 [청년으로부터]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저축 안 하지. 결혼도 안 한다고 하지. 여러모로 답답하죠” 김모(60·여)씨는 20대 아들과 종종 부딪힌다. 김씨의 아들은 일찌감치 비혼을 선언했다. 시간 지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여겼지만 요지부동이다. 아들은 “나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가정을 책임질 수 있겠냐”며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쿠키뉴스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4일까지 20대 청년 261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년 안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52.9%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매우 아니다 24.5%, 별로 아니다 28.4%다. “그렇다”는 응답은 27.9%에 그쳤다. 다소 그렇다 21.8%, 매우 그렇다 6.1%다. 보통이다 18.8%로 집계됐다.

첫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 2012년 9월 기준, 전국 3분위 소득·주택의 경우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4.9다.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급여 한 푼 쓰지 않고 4.9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에는 6.9로 상승했다. 서울만 살펴보면 2012년 9월 기준 3분위 소득·주택 PIR이 9.6에서 지난해 9월 17.6으로 올랐다. 사실상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려면 3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년의 불안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출산율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역대 최저치다. 지방에서 상경해 직장을 다니는 이모(27)씨는 “결혼은 물론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다”며 “내가 부모님께 받은 것만큼 아이에게 해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님만큼 살 자신 없어요 [청년으로부터]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불안한 일자리는 청년의 미래를 흔든다.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은 경력 있는 ‘중고신입’을 선호한다. 인턴·계약직 등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대다수다. ‘취업준비 과정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주어진다면 하겠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53.6%는 “그렇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 9.2%, 다소 그렇다 44.4%다. 보통이다 24.5%, 별로 아니다 13.8%, 매우 아니다 8%로 나타났다.
 
취업 준비생 정모(22·여)씨는 “비정규직으로 일해 경력을 쌓은 다음 정규직으로 지원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 됐다”며 “주변 친구들 모두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버틴다”면서 “평생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암담하다”고 이야기했다.
 
불안정한 상황은 독립도 더디게 한다. ‘취업을 하면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중 38% “아니다”라고 답했다. 취업 이후에도 부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 35.2%, 보통이다 26.8%가 뒤를 이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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