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집콕' 장난감이면 장땡? [놀이터통신]

연말 휴일, 어린이집·유치원 겨울방학 시즌
'집콕' 생활에 장난감 구매·대여 늘려
전문가 "장난감 종류보다 상호작용 중요"

연말 '집콕' 장난감이면 장땡? [놀이터통신]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난감을 신중히 고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taek2@kukinews.com

"집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아이를 보면 안쓰러워서 장난감만 사주게 돼요."

요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겐 "연말에 아이와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내야 하나"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도로 '집콕' 생활로 돌아간 데다 유달리 길게만 느껴지는 어린이집, 유치원 겨울방학이 코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장난감, 책 등 놀잇감을 준비하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새 장난감 구매가 부담스러운 경우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대여를 하기도 한다고. 

생후 16개월 자녀를 둔 임모씨(33)는 "연말에 아이와 온종일 집에서 지내다보면 놀아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아이도 심심하면 종일 징징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아이와 날 위해 장난감을 대여했다"고 말했다. 

4세 아들을 키우는 최모씨(36)는 "코로나19와 날씨 탓에 외부 활동을 하기 꺼려지는데 집에서 쉽게 (아이와) 놀아주려면 장난감만한 효자가 없다"며 "온종일 집에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안쓰러워서라도 자꾸 (장난감을) 사주게 된다"고 했다. 

어린이집·유치원을 다니는 자녀를 둔 가정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이 시기에 겨울방학이 시작돼 며칠 또는 몇 주간 가정보육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맘카페나 지역카페에도 "자석 블록, 기차세트 등 장난감을 잔뜩 주문했다" "바이킹 대여해서 집에서 실컷 놀 것" "에어바운스 대여했다" "겨울방학을 대비해 블럭을 새로 구입했다" 등 연말을 보낼 계획들이 공유됐다. 

부모들이 선택하는 장난감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육아 필수템' '국민 장난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거나 IQ, EQ 발달에 도움이 되는 교육용 장난감, 소근육·대근육을 발달시키는 장난감이라고 홍보하는 장난감들이 인기다. 

최소한의 물건과 가구, 물건들로 간결하게 정리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유행이라지만 아이 장난감이 많은 가정에는 딴 세상 얘기다. 금세 아이의 관심이 식어버려 예쁜 쓰레기가 된 부피 큰 장난감들은 중고 제품으로도 처분이 되지 않아 처치 곤란일 때도 생긴다. 아마도 많은 부모가 한 번쯤은 겪는 경험일 것이다. 

물론 육아의 고된 노동에 수고하는 부모에게 장난감은 아주 잠시라도 구세주만큼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장난감을 구매·대여하기에 앞서 장난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우리 아이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연말 '집콕' 장난감이면 장땡? [놀이터통신]
사진=임형택 기자
전문가는 '무엇을 가지고 노느냐'보다 '어떻게 노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영애 숙명여자대학교 놀이치료학과 교수는 쿠키뉴스를 통해 "유아기까지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만큼 장난감이 다양하다면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경험은 인지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꼭 다양한 장난감이 아니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바깥 놀이나 집에서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도 된다. 아이가 즐겁게 가지고 놀아야 효과가 있는 것"며 "학습용으로 (장난감을 쓰면) 뇌 발달이 생각만큼 촉진되지 않는다. 어른의 도움 없이 아이가 스스로 활동을 완수할 때 뇌 발달이 촉진된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놀이에선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이 교수는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혼자 놀면 좋겠지'가 아니라 함께 놀아줘야 발달이 된다"며 "장난감도 완제품을 주는 것보다 아이가 만들 수 있고 조작할 수 있는 것을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혼자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며 "함께 아이와 활동면서 충분히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해하는 상호작용을 하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017년 독일에서 '장난감 없는 유치원'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미국 잡지 '더 애틀랜틱'에 따르면 당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청소년 비영리단체 '애키션 쥬덴슐츠'의 엘리자베스 세이퍼트 이사는 "어떤 장난감도 없이 아이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놀거리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며 "장난감이 없는 시간에도 완성된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게임을 개발하고 함께 놀면서 사회적 역량을 더 잘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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