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통신] "사 먹여 미안"은 옛말…시판 이유식의 이유있는 성장

1명도 안 낳는데…늘어나는 배달 이유식 시장 수요
정기 배달 이유식 부담된다면 체험 이유식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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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먹는 아기. 사진=이지연씨 제공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아기 이유식 사 먹여도 될까?"

육아는 매일이 고민의 연속이다. 아이가 식재료를 처음 접하는 이유식 시기는 엄마 아빠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시기 중 하나다. 이유식과 관련된 인터넷 정보를 모으다 보면 준비물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정말 다 필요한 제품인지 확신이 안 선다. 

평소 요리에 자신이 없거나 맞벌이 등으로 여유시간이 많지 않은 이들이라면 이유식 시작은 부담으로 느껴진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도 배달 이유식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다. 


생후 10개월 아이를 키우는 이지연(33)씨는 최근 처음 배달 이유식을 이용했다. 

이씨는 "이유식하고 남은 재료를 냉동실에 얼려두기도 하지만 신선도가 떨어지는 게 고민이었다"며 "하루 몇 시간씩 여러 종류의 이유식을 만들어두기도 쉽지  않았는데 배달 이유식은 집 앞까지 배송돼 데우기만 하면 되니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   

셋째 아이를 낳고 처음 배달 이유식을 이용했다는 여은주(36)씨는 "배달 이유식은 왠지 불안하다는 이유 때문에 첫째, 둘째 아이는 직접 해먹였는데 너무 힘들어서 셋째 아이는 배달 이유식을 주문했다"며 "셋째 아이의 경우 이유식부터 유아식까지 시판 제품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식재료를 접해봐서인지 첫째, 둘째 아이에 비해 편식이 덜하다"고 말했다. 

물론 시판 이유식에 대한 인식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 부모들은 '엄마·아빠표 이유식'과 비교해 시판 이유식에는 '정성'이 들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리에 소질이 없는 전업맘인데 내 밥은 안 해 먹어도 이유식을 직접 해먹여야 하는지 고민"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있다" "준비가 안된 부모인게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든다" 등의 고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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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업체 상당수가 이유식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실제 맘카페 등 온라인 카페에는 이같은 고민글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긍정 평가도 넘친다. 배달 이유식을 이용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가정에서 만드는 이유식의 경우 소량의 재료만 이용하는 탓에 남은 재료를 매번 쟁여둘 수밖에 없는데 시판 이유식은 이같은 고민을 해결해준다. 다양한 재료를 아이가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이 월령과 성장단계에 맞는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데다 인증 받은 재료를 원물 형태 그대로 조리해 집까지 배달이 가능해 편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맞벌이 부부와 같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클릭 한 번으로 정해진 날짜에 맞춰 배달되는 정기 배송 서비스가 인기다. 

정기 배송 서비스가 부담스럽거나 배달 이유식을 고민하는 단계의 부모를 위해 대다수 이유식 업체들은 체험 이유식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00~4000원 사이의 배송료만 지불하면 1~2개 체험판 이유식을 주문할 수 있다. 체험판 이유식은 일반 판매되고 있는 배달 이유식과 동일한 제품이다. 

또한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쇼핑몰의 새벽 배송을 통해 단품 구매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쿠팡, 마켓컬리 등 외부 채널을 통해 이유식을 판매하고 있는 베이비 본죽 관계자는 "이유식은 주문 직후 제조해서 바로 다음날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자사 채널 쇼핑몰뿐만 아니라 외부채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시판 이유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판매 채널도 늘어나면서 사 먹는 이유식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 

지난 15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시판 이유식 시장은 183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5년전과 비교해 75%나 늘어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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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시판 이유식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2018년은 전년(1050억원) 대비 20%한 1260억원, 2019년은 16.5% 오른 1468억원, 2020년은 13.8% 증가한 1468억원이다. 올해는 전년보다 10.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시장 전망도 밝다. 사 먹는 이유식 시장 규모는 2022년 1967억원에서 2026년 235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새벽 배송을 시작한 베이비본죽 등은 이전보다 주문량이 더 늘었다고. 

반면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인 0.84명이다. 2018년부터 3년 연속으로 1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생 출생아 수다. 3년 연속 1명 미만이란 것은 여성이 가임기간 중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 수치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태어나는 아이는 계속 줄고 있지만 이유식 시장은 활황인 것. 

이유식 시장이 커지는 것은 배달 이유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도 이유식 영양 설계와 신선도 유지 등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이유식 재료 선정부터 손질, 제조까지 전부 관리해 수제에 가까운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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