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숄더 “인스톤, 수도원 속 몽환적인 비밀 찾아가는 여정 담았죠” [GIGDC 2021]

햄스터숄더 “인스톤, 수도원 속 몽환적인 비밀 찾아가는 여정 담았죠” [GIGDC 2021]
햄스터숄더 '인스톤'.   GIGDC 2021 제공

[편집자주]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GIGDC는 참신한 기획력과 실력을 갖춘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GIGDC 역대 수상작 가운데는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산나비’ 등 게이머들의 이목을 모은 게임도 있다. 이번 GIGDC 2021에서는 총 430여개의 지원작 가운데 25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인터뷰를 통해 수상작과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GIGDC 2021 일반부 동상을 받은 햄스터숄더의 ‘인스톤’은 맵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플레이어는 오래된 옛 수도원에 갇힌 조각가가 돼 감옥을 탈출하거나, 그 안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이 게임은 방탈출 게임의 형식에 몽환적인 스토리를 결합해 흥미를 유발했다.

‘인스톤’을 제작한 햄스터숄더는 전예은 팀장 한 명으로 구성된 1인팀이다. 전 팀장은 기획·그래픽·프로그래밍까지 모든 분야를 홀로 담당했다. 지난 8일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GIGDC는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대회였다”며 “꼭 상을 받고 싶은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햄스터숄더의 전예은 팀장입니다. 게임으로만 경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첫 번째 게임인 인스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게임과 연관이 없는 일을 했는데, 당시에는 취미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한의사를 하면서 병원에서 근무했어요. 이전까지는 퇴근 이후 시간을 활용해 게임을 만들었는데요. 1인 개발이라 그런지 속도가 나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7월부터는 일을 그만두고 인스톤 개발에 매진했어요.

한의사를 그만두고 게임개발 임할 정도면 열정이 대단한데요?

물론 저도 경제적 이유로 고민은 했었죠. 하지만 인스톤이 여러 곳의 인디게임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난 5월 열린 경기 게임오디션에서 최종 2위를 하고 그 상금으로 지금까지 생활을 하고 있어요. 방구석 인디게임쇼에서는 특별상을 수상하고 맥북을 받았는데, 개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아예 게임 개발자로 전향을 했다고 봐야할까요?

음, 일단은 지금의 목표는 인스톤을 완성하는 거예요. 게임을 계속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은 인스톤이 상업적으로 얼마나 성과를 거두는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겠네요(웃음).
'인스톤' 플레이 영상.   전예은 팀장 개인 유튜브

GIGDC 일반부 동상을 수상했어요. 소감을 들려주세요.

출품된 다른 게임들의 퀄리티가 높아서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상을 타서 놀랐고,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GIGDC는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대회에요. 올해 초 출시된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도 GIGDC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이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막상 발표 당일에는 바로 확인하지는 못했어요. 철야 작업 이후 아침에 잠을 자고 있었는데 주최 측의 전화로 수상을 알게 됐죠.

인스톤은 어떤 게임인가요?

인스톤은 방탈출 게임의 형식을 스토리에 정교하게 녹인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마우스 포인트를 이용해 장소나 인물, 사물을 클릭해 진행하는 장르)’ 게임입니다. 이용자는 게임 내 모든 퍼즐의 동기와 단서를 대화, 편지 등 이야기의 흐름 안에서 발견합니다. 흑백의 펜 아트로 그려진 배경과 거친 붓 질감의 파란 색 환상들의 대비 또한 눈길을 사로잡을 요소입니다. 모험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속 주인공은 돌을 다루는 조각가이고 모종의 이유로 돌벽 안 정신병원에 갇힙니다. 정신병원은 오래된 옛 수도원이고 그 안에서 파란 색의 환상들을 목격합니다. 현실을 깨닫고 돌로 된 감옥을 탈출할지 환상을 따라 수도원의 더 깊은 비밀을 파고들지는 이용자의 선택에 달렸죠.

햄스터숄더 “인스톤, 수도원 속 몽환적인 비밀 찾아가는 여정 담았죠” [GIGDC 2021]
인스톤의 배경이 된 토로네 수도원.   전예은 팀장 제공

설정이 참신한데요.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게임 개발을 처음 배울 때 들었던 온라인 강좌에서 간단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따라 만들었습니다. 돌벽 안에 갇힌 상황에서 방을 탈출하는 내용이었는데, 강사분이 꼭 이야기는 본인이 만들면서 따라하라고 강조하시더라고요. 그때 지금 게임의 스토리를 처음 생각했습니다. 돌벽 안에 갇혀 있는데, 이 사람이 누구여야 재미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원래 돌을 깨는 게 직업인 사람이라면 상황과 모순되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조각가를 골랐습니다.

레퍼런스를 검색하다 보니 프랑스 남부에 있는 토로네 수도원을 찾게 됐는데요. 제가 구상한 공간과 분위기도 잘 맞고 그리기도 쉽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유럽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는데, 겸사겸사 방문도 했죠.

조각가인 주인공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됐다는 설정은 프랑스의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진 ‘로뎅’의 연인이자 제자인 클로델의 파란만장하면서도 비극적인 인생사가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죠. 이를 바탕으로 제 나름대로 많이 각색해서 지금의 인스톤 스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인스톤만의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가 주는 재미입니다. 인물과 대화하고 퍼즐을 풀며, 주위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문제를 해결해 스토리를 파헤쳐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죠. 기존의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와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의 오랜 전통 위에 인스톤만의 새롭고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환상과 현실의 두 가지 엔딩에서 일어나는 큰 사건들은 동일하지만, 주인공이 실제 겪는 모험은 두 가지 루트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여집니다. 현실 루트에선 추리와 속임수, 주변 인물과의 협력을 통해 살아남는 경험을 합니다. 환상 루트에서는 수도원 안의 신비한 존재들과 만나 비밀을 알게 되고, 주술을 수행합니다.

햄스터숄더 “인스톤, 수도원 속 몽환적인 비밀 찾아가는 여정 담았죠” [GIGDC 2021]
몽환적인 스토리가 돋보이는 '인스톤'.   GIGDC 2021 제공

인스톤의 정식 출시는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계시나요?

원래 목표는 올해 초였어요. 물론 지금 상황을 보면 연기를 해야할 것 같지만요. 그래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출시를 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일단 인스톤은 지금 모바일로 개발 중입니다. 스팀을 통한 PC 출시도 하고 싶지만, 데이터베이스의 수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전혀 다른 직군의 일을 하게 된 셈인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대부분의 시간에 혼자 개발을 진행하기 때문에 협력하면서 서로 격려할 동료가 없다는 점이 힘들었지만 버틸만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 그런 생각은 사치였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컴퓨터 앞에 주로 앉아 있고, 생활패턴도 좋지 않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이 들어요.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발에 착수하기 전 1년 동안 온라인 강의로 코딩을 배웠어요. 당시에는 전남 벌교에서 근무를 했는데, 시간도 많이 남고 워낙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코딩에 관심이 생겼어요. 당시 파이썬과 자바 등 기초 툴을 배우면서 시간을 보냈죠. 낮은 단계부터 밟아온 것이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온라인 강의가 정말 잘 구성됐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걱정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에요. 지금 저는 좋아하는 일, 게임을 만들고 있어요. 몇 년째 저는 여기에 매진하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경제활동 등을 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서 오는 불안감은 아직도 남아있긴 해요.

게임을 기획·제작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었나요?

지난해 말에 SNS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했습니다. 3주 정도를 크런치 모드로 작업해 힘들었지만, 플레이어들이 남겨준 리뷰, 본인들의 SNS에 올려준 스크린샷들을 보면서 또 행복했습니다. 상반되는 극단적인 감정을 동시에 경험해 기억에 남습니다. 

인스톤 이후에는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저는 게임만이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어요. 그렇기에 만들고 싶은 게임도 제가 좋아하는 모습이겠네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린다면 스토리로 충격을 주는 2D 장르의 게임이 될 것 같아요. 게임이라는 독특하고 효과적인 매체로만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다양하게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현실적인 주변 이야기와 환상이 결합한 이야기도 다뤄보고 싶어요.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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