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살기 싫다, 난 혼자다’…전화 한통이면 됩니다   

[자살예방의날⑤] 상담 통해 치료‧복지시설 연계, 경제적 지원 도움

<편집자주> 2020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한국에서 연간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는 1만3799명으로, 하루에 37.8명꼴이다. 우려되는 점은 젊은층에서의 자살 시도와 자살 사망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30대에게 집중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불안 요인,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국내 실태를 분석하고 청춘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짚어본다. 

‘고충 털어놓는 것’ 자체만으로 효과 

우울증 치료로 ‘힘든 정도’ 줄일 수 있다



‘힘들다, 살기 싫다, 난 혼자다’…전화 한통이면 됩니다   
이미지= 양승연 디자이너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취업 스트레스, 경제적 고충, 가족‧연애‧대인관계 문제 등 청년들의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원인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우리는 도움 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 말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놔야 한다. 공공은 물론 민간영역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전화 상담이나 각 지역 내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 등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정신질환자 혹은 자살시도자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정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들어서 혼자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센터에서 우울증이나 자살위기로 도움을 받은 사람은 16만2000명 정도다.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 상담을 요청한 건수만 해도 6만8900여건에 달한다. 

인천시의 경우 광역 및 기초 센터의 24시간 전화상담 등을 포함한 올해 1~7월 상담건수는 1만6800건으로 한 달에 약 2400건, 하루 80건 정도였다. 강승걸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최근 20~30대, 특히 여성들의 상담 건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배미남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내담자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공감 받고 싶어 하거나, 심리 상담을 받고 싶지만 병원 진료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거나, 심리회복 등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받아보고 싶어서 연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도움을 청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홍나래 군포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스스로 연락 또는 방문을 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걱정된다며 연락을 주는 경우, 응급실에 시도자들이 연계되는 경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센터에 오신다. 특히 청년층들은 인터넷이나 지하철 등의 홍보물을 보고 직접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속적 관리를 위해 센터에 등록한 분들은 지난해 500명 정도이고, 일반상담만 받은 건수는 7300건 정도”라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특히 청년들은 관련한 치료비 지원 사업이 있어서 조금 더 쉽게 지원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례로 21세 여성 A씨는 직장상사와의 갈등 후 응급실에 내원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평가를 통해 치료를 시작했다. 사례관리자는 A씨가 퇴원 후 정신과 치료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에 A씨는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3개월 후 대인관계의 갈등으로 응급실에 다시 내원하게 됐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하면서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31세 남성 B씨는 택배 일을 하던 중 허리디스크로 인해 일을 중단하게 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우울감이 들었고 극단적 선택 후 응급실에 내원했다. 응급실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면담에서 꾸준한 치료를 권유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자 사례관리자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치료비 지원을 통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했다. B씨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치료비 지원을 통해 인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 

B씨는 현재도 우울감 및 수면문제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내와 자녀의 지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의 정기적인 상담으로 잘 생활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자살 고위험군들을 보면 사회적 지지체계가 약화돼 있고 경제적 요인들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상담을 진행하면 충동적 시도를 막을 수 있고 위기상태에서 한 단계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낙인’ 우려로 상담 망설이기도 

하지만 자살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도움 요청을 꺼리게 한다. 

이 센터장은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위해서는 개인의 동의가 필요한데 오해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자살예방 관련 센터에 등록한다는 것에 대해 낙인찍힌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기록이 남는 것을 우려한다. 또 등록한다는 것 자체를 두고 본인이 ‘질환’이라는 관점으로 정의되어지는, 확진됐다는 느낌 때문에 동의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 부센터장도 “아직은 정서적 어려움, 정신질환 등에 대한 편견 때문에 ‘낙인’이 찍힐까봐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상담 받을 수 있고 마음의 감기가 올 때마다 상담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시간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24시간 전화상담을 이용해도 좋다. 야간이든 주말이든 익명으로 전화가 가능하니 우울한 마음이 들고 자살에 대한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전화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홍 센터장은 “보통 자살과 관련돼 있으면 우울증 문제가 많은데 정신적 어려움 때문에 병원에 가야할지 말지 망설이게 된다면 우선 센터를 방문했으면 좋겠다. 정신건강전문요원도 있고 전문의 무료상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은데 인식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신적 문제와 관련해서 너무 자신의 잘못, 주변의 잘못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치료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내가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 치료 받아서 되겠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치료는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힘든 정도를 줄여서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힘든 상황이 더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마음 털어놓기’만으로 도움 될 수 있다 

물론 상담만으로 모든 고민이 해결되진 않겠지만 고충을 털어놓는 순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강 센터장은 “전화든 대면이든 상담 받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상담은 (센터가) 도와줄 수 있는 서비스의 시작이다. 상담에서의 현실적 조언, 정서적지지 등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 이후 여러 치료 및 시설 연계, 경제적 지원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 시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힘들 때 이해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는 삶의 끈을 유지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고 조언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정신과적으로 보면 실제로 문제점에 대해 발설하는 것 자체만으로 부담을 상당히 줄여준다. 마음속에 쌓인 고통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고충을 설명하다보면 오히려 상황을 정리하고 대책을 세우기도 한다. 언어를 통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치료가 시작된다”고 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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