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는 듯했다” 예비역 D.P.가 본 ‘D.P.’ [‘D.P.’ 현실의 날①]

“나를 보는 듯했다” 예비역 D.P.가 본 ‘D.P.’ [‘D.P.’ 현실의 날①]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군필자들에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나왔다. 탈영병 잡는 군인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D.P.’다. ‘D.P.’는 군대 내 부조리와 폭력 등을 그대로 담아 국내외에서 화제를 몰고 있다. “나를 보는 듯했다”는 흥미로운 반응도 나왔다. 극 중 한호열(구교환)과 안준호(정해인)처럼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D.P.)(이하 군탈체포조)로 복무한 이들이다. 쿠키뉴스는 최근 군탈체포조 출신 군필자 6명에게 작품 감상부터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일화들을 들어봤다.

Q. 군탈체포조로서 ‘D.P.’를 보고 어떤 감회를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군사경찰을 보여주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체포조여서 본의 아니게 내무반에서 소외되고 신병들과 친해지기 어려웠거든요. 그런 점이 특히 공감됐어요.” (이◇◇, 2011년 5월 전역)


“군탈체포조 실상 외에도 헌병대 안에서 행해지던 방관과 폭력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헌병 생활을 할 때에는 체포와 영창, 군기 교육 등이 공식 업무로 통했어요. 성숙하지 못한 20대 초반 남성들에게 위험한 권력이 주어진 셈이었죠. 이런 불편한 사실들이 미디어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다 보면 폐쇄적인 군 조직의 불합리함이 조금은 고쳐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봤습니다.” (이△△, 2000년 11월 전역)

“군탈체포조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보직이에요. 잘 만들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작은 부분까지 잘 살려내 감탄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활동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이○○, 2010년 8월 전역)

Q. ‘D.P’가 군과 군탈체포조의 현실을 잘 담아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보면서 현실과 닮거나 과장된 점이 있다고 느낀 부분이 있을까요?

“극 중 D.P. 활동을 나갈 때 술집에 가서 노는 장면이 나오는데, 꽤 과장됐다고 느꼈습니다. 활동 자체도 탈영병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가 인근을 탐문하고 CCTV도 살피는 등 전문적으로 움직입니다.” (박○○, 2021년 8월 전역)

“과장됐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어요. 극에서 ‘내무생활도 안 하면서 네가 뭘 아냐’는 대사가 나오는데, 크게 와 닿았어요. 밖에 자주 나가 있다 보니 늘 그런 말을 듣곤 했거든요. 밖에서 잠도 못 자며 고생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편해 보였나 봐요.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겪은 일들이 그대로 나와서 신기했어요. D.P.의 고충을 잘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지○○, 2009년 2월 전역)
“나를 보는 듯했다” 예비역 D.P.가 본 ‘D.P.’ [‘D.P.’ 현실의 날①]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담당 수사관님과 병사들의 신뢰 관계가 잘 그려졌어요. 실제로도 ‘D.P.’에서 배우 김성균, 정해인, 구교환이 연기한 인물들처럼 서로 믿을 수밖에 없거든요. 일반 헌병 병사들에게 타인 취급 당하는 것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격투 부분은 현실과 조금 달라요. 탈영한 병사도 병사이기 때문에 절대 폭행하거나 강압적으로 체포하진 않아요.” (이○○, 2010년 8월 전역)

“수사과의 폐쇄적인 모습과 출장 시 복장이 현실을 잘 고증했더군요. 아무리 사복을 입어도 군대 내에서 보관하던 사복이라 유행에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D.P. 활동은 병사의 사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집안이 부유한 병사가 차출되는 경우가 많았죠. 탈영병들이 부대 내에서 고통받던 사람들인 것도 맞아요. 그들의 상황이 이해가 돼서 체포 후 귀대할 때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이△△, 2000년 11월 전역)

“3화에 나온 공조수사 디테일이 좋았어요. 다만 2화에서 탈영병 체포 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체포한 점은 현실과 달라요. 그리고 저는 활동 당시 경찰들이 사용하는 3단봉을 소지하고 다녔는데, 드라마에선 나오지 않아 아쉬웠어요.” (김상철, 2020년 12월 전역)

Q.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하나만 꼽는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공조 수사할 때 서로 잡으려고 경쟁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도 실적을 올리려고 노력했거든요. 내무반의 부조리와 폭행, 폭언 역시 인상적이에요. 그런 문제로 탈영한 병사들이 참 많았어요.” (지○○, 2009년 2월 전역)

“담당 수사관(김성균)이 체포조 병사(구교환·정해인)에게 자기가 책임질 테니 끝까지 추적해서 데리고 오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실제로 제 담당관님도 책임은 자신이 지겠으니 어떻게든 데리고 오라는 상황이 많았거든요.” (이○○, 2010년 8월 전역)

“탈영병 주변인을 탐문할 때면 가족, 지인, 여자친구 등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어요. 그분들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야 했어요. 그 모습을 구교환은 능청스럽게, 정해인은 예리하게 연기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이◇◇, 2011년 5월 전역)
“나를 보는 듯했다” 예비역 D.P.가 본 ‘D.P.’ [‘D.P.’ 현실의 날①]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나눈 김상철 씨와 지○○ 씨가 군탈체포조로 활동하며 받은 표창. 인터뷰이 제공
Q. 드라마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처럼 현실에서도 다양한 사건들을 접했을 것 같아요. 그중 지금도 기억나는 사건이 있나요?

“드라마에도 나왔지만, 같은 헌병대 병사가 탈영하면 정말 잡기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 안 잡힐지 알거든요. 제 동기가 탈영한 일이 있었는데, 일주일 넘게 고생하다 겨우 체포했어요. 잠복 당시 서울역에서 노숙하며 삼각김밥을 사 먹고 있었는데 한 노숙자가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제 김밥을 뺏어 먹던 기억이 나요. 하하.” (지○○, 2009년 2월 전역)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지방으로 도주한 탈영병을 잡으려다 8차선 도로로 뛰어든 적도 있었고, 차량으로 도주하는 탈영병을 잡기 위해 택시기사님께 부탁했더니, 동료 기사님들과 연합해 도주로를 차단해주신 덕분에 검거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2011년 5월 전역)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분들이 생길 때면 마음이 무거웠어요. 잠을 못 자더라도 제2의 사고를 막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기억이 나네요.” (김상철, 2020년 12월 전역)

Q. ‘D.P.’로 인해 군탈체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어떻게 군탈체포조로 선발됐나요?


“부대마다 선발 방식이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저희 부대는 열심히 하다 보면 체포조 선임이나 수사과 반장님들이 면담하자고 합니다. 그때 체포조에 대한 열의를 표현하면 선발됩니다.” (박○○, 2021년 8월 전역)

“이등병 때 내무반에 잘 적응하고 운동을 잘해서 뽑혔습니다.” (이○○, 2010년 8월 전역)

“저는 조금 웃긴데요, 이등병 때 수사과장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예초기를 잘 쓴다며 운동 뭐 했냐고 여쭤보셨어요. 태권도랑 유도를 했다고 하니 바로 D.P.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지○○, 2009년 2월 전역)

Q. 실제 군탈체포 경험이 있는 만큼 작품을 보고 느낀 바가 남다를 것 같아요. 시즌 2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군탈체포조 자체가 미지의 영역이잖아요. 사복을 입고 머리를 기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경찰처럼 잠복도 하고 고생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즌 1에선 현지 이탈이나 단기 휴가 미복귀 에피소드만 있었는데, 시즌 2가 나오면 장기이탈자에 관한 내용도 나오길 바랍니다.” (이○○, 2010년 8월 전역)

“이번 시즌만 봐도 자료조사가 탄탄히 이뤄졌다고 느껴요. 시즌 2가 나온다면 디지털 포렌식이나 다양한 루트로 탈영병을 잡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 2009년 2월 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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