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나야 나...FC 국대 패밀리 [‘골때녀’ 최애 월드컵③]

<편집자 주> 박선영을 응원하자니 한혜진이 눈에 밟히고, 한혜진을 응원하자니 옐로디가 걸린다. SBS 여자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얘기다. 마음 같아서는 여섯 팀 모두를 응원하고 싶지만, 하늘 아래 우승팀은 한 팀 뿐. 누군가는 패배의 쓴맛을 봐야 한다. 당신, 아직도 어느 팀을 응원할지 몰라 망설인다면 아래 기사와 함께 ‘최애’를 골라 보시라. 이름하여 [‘골때녀’ 최애 월드컵]

우승 후보 나야 나...FC 국대 패밀리 [‘골때녀’ 최애 월드컵③]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누구나 승리를 좋아하고, 승자 편에 서고 싶은 본능이 숨어 있다. 스포츠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팀이 패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승리의 희열을 맛보고 싶다면 리그 유일 전승 팀, FC 국대 패밀리를 주목하자. 어쩌면 첫 대회 최종 우승팀의 첫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선수 명단을 훑어보면, FC 국대 패밀리가 얼마나 강팀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름만 봐선 정규 편성 이후 국가대표 출신으로 새롭게 합류한 남현희, 박승희 외엔 뛰어난 개인 기량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팀 에이스로 떠오른 남현희는 타고난 운동 센스와 발재간으로 수비벽을 현란하게 돌파하고, 한채아와 명서현은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낸다. 심하은은 언제 어디서나 골문을 위협하는 뛰어난 킥력을 자랑하고 양은지가 지키는 골문도 쉽게 뚫리지 않는다. 박승희는 탄탄한 하체 힘을 바탕으로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으며 최종 수비 역할을 해낸다. 무엇보다 FC 국대 패밀리는 서로 공을 주고받는 패스 워크로 적진을 돌파하는 유일한 팀이다. 축구를 이해하고 같은 팀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 언제나 날카로운 공격력을 뽐낼 준비가 돼있다.

이들 모두 축구에 진심이다. “축구, 너무 매력 있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한채아와 이미 동네에서 축구팀 FC 엄청라를 꾸린 심하은 등 만나면 축구 얘기로 하나가 된다. 경기 전날이면 매번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하면서도, 경기가 시작되면 순간을 즐기고 결국 승리를 쟁취한다. 실력도 뛰어나다. 에이스 남현희가 부상을 입은 후에도 승리를 지킨 두 번째 경기에서 FC 국대 패밀리의 조직력과 집중력이 입증됐다. 멤버들의 성장세는 무섭고 호흡은 점점 잘 맞아간다. 혼자 하는 축구가 아닌, 팀플레이 축구의 참된 매력을 맛보려면 고개를 들어 FC 국대 패밀리를 보라.

 
우승 후보 나야 나...FC 국대 패밀리 [‘골때녀’ 최애 월드컵③]
한 경기에서 혼자 2골을 몰아넣는 명서현.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캡처

‘입덕’을 부르는 순간

돌이켜보면 껄끄러운 출발이었다. 설 특집 파일럿 방송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이름 앞에 ‘누구누구의 아내’ 같은 수식어를 붙인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남자 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가족으로 둔 이들을 멤버로 선발해 팀을 구성한다는 발상부터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가까웠다. ‘골때녀’가 정규 편성되며 FC 국대 패밀리 유니폼에 가족 수식어가 사라진 걸 선수들과 시청자 모두 반겼다. 어떻게든 가족과 연결 짓는 제작진의 스토리텔링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이들은 누군가의 가족이 아닌 한 명의 ‘선수’로 그라운드를 뛴다. 한채아, 심하은, 명서현, 양은지, 남현희, 박승희. 이제 모두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눈여겨 볼 ‘과몰입’ 포인트

수식어는 사라졌지만, 가족의 힘은 남았다. 한채아와 심하은, 명서현의 플레이를 보면 묘하게 축구선수인 그들 가족이 떠오른다. 한채아가 유독 헤딩을 자주하면서 논스톱 슈팅 등 기술로 골문을 노린다면, 명서현은 골을 향한 본능으로 빠르게 한발 더 뛰며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전문 키커로 나선 심하은의 킥 정확도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가족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스토리를 위해 제작진의 의도가 반영된 포지션일 것이다. 평범한 플레이도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다른 팀에선 느끼기 힘든 흥미로운 장면들인 건 분명하다.

주목할 선수

‘골때녀’를 보며, FC 국대 패밀리 명서현이 리그 득점 1위를 기록할 거라 예상한 시청자가 얼마나 있었을까. 2경기에서 3골을 기록한 명서현은 현재 가장 저평가 된 선수 중 하나다. 최근 FC 액셔니스타와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은 장면은 그가 공격수로서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이제 FC 국대 패밀리가 공격을 시도하면 명서현이 뭔가 해줄 거란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작진 역시 이를 예상 못했는지, ‘일본에 돌아가기 싫어 경기를 이겨야 하는 정대세 아내’로 명서현을 소비하는 데 그쳤다. 아직 기회는 있다. ‘골때녀’ 제작진은 판단 착오를 반성하고, 명서현의 노력과 서사를 보여주는 분량을 반드시 만들어내길 바란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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