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고무신 든 대구시의원, “설마 이 백(白)신 아니겠죠”

이진련 의원, 시정질의에서 권영진 시장 ‘백신 논란’ 추궁
“사과했다지만 시민들은 고구마 100개 먹은 듯 먹먹”
“실체 없는 무역회사 지켜주려는 이유가 뭐냐” 따지기도
권 시장 “예산 지출 전혀 없다. 사실만 얘기하라” 반박
“정부 백신 구매 도우려는 선의에서 시작한 일” 거듭 강조

흰고무신 든 대구시의원, “설마 이 백(白)신 아니겠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진련 대구시의원이 16일 제2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백신 논란’을 놓고 충돌했다. 사진=대구시의회 홈페이지
[대구=쿠키뉴스] 최태욱 기자 =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진련 대구시의원이 대구시의 ‘화이자 백신’ 논란을 놓고 충돌했다.

이진련 시의원은 16일 오전 제2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 나서 최근 대구시의 화이자 백신 도입 제안 논란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날 이 의원은 시정질문을 시작하면서 흰색 고무신을 들어 보이며 “권 시장이 얘기하는 백신이 이 백(白)신 아니겠죠. 이런 얘기가 나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셔야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백신 사기’로 표현한 외신 보도와 ‘더 이상 쪽 팔려서 대구에서 살 수가 없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 등을 인용하면서 대구시의 백신 도입 논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백신 도입 추진 과정에서 대구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용된 비용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민간에서 일반적으로 계약을 할 때도 회의나 식비 등 각종 비용이 지출된다. 대구시는 10원도 지출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예산 낭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나 역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선수금 등이 오간 적이 없고 금전적 피해가 전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처럼 가짜 백신을 도입했거나 사기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권 시장은 “외국 무역 회사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이메일을 서로 주고받은 상황이다. 팬데믹으로 외국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과 제 방에서 두 번 차를 마시며 얘기한 것 밖에 없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 등도 보건복지부를 찾아가 두 번 차를 마신 것이 전부”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마치 판공비가 들어가고 돈이 오간 것처럼 의혹을 부풀리지 말고 사실 관계를 중시해 달라”고 반박했다.

권 시장은 또 이번 논란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백신 부족으로 국민들의 염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의 백신 구매를 돕기 위한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선의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이 의원은 대구시가 협약서의 비밀 유지 조항을 들며 구매의향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이 이원은 “시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시민들이 느끼기에는 아직 충분한 해명이 부족한 것 같다”며 “시민들은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 같은 먹먹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이 서명한 구매의향서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감히 대구시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한 실체도 없는 회사의 기밀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의 알권리를 묵살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권 시장은 “법적 검토를 거쳐 공개할 수 있다면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과정에서 권 시장과 이 의원은 ‘구매계약서’란 단어와 ‘대구시가 사기를 당한 뻔했다’는 표현 등을 놓고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권 시장은 “대구시가 구매하려 한 것이 아니고 구매할 수도 없다. 의원님은 지금 대구시가 사기를 당했다는 전제로 질문한다.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사실만 얘기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tasigi7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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