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0일 (3)
‘젠슨 황도 못 막았다’ 코스피 7400선 추락…전문가 “투매, 실익 없다”

‘젠슨 황도 못 막았다’ 코스피 7400선 추락…전문가 “투매, 실익 없다”

코스피 8.29% ·코스닥 9.8% 급락
코스피·코스닥, 연이어 ‘서킷브레이커·매도 사이드카’
장 막판 기관 매물 폭탄, 2.7조 매도우위
개인 2.6조 매수우위
환율, 당국 구두 개입 후 하락 전환

승인 2026-06-08 16:31:12
8일 코스피가 8.29% 급락하며 7400선대로 밀려났다. 코스닥은 9% 넘게 하락하며 911.39에 장을 마쳤다. 김은재 기자.
8일 코스피가 8.29% 급락하며 7400선대로 밀려났다. 코스닥은 9% 넘게 하락하며 911.39에 장을 마쳤다. 김은재 기자.

코스피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7400선으로 밀려났다. 지난 주말 미국 반도체주 하락 여파와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등 악재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을 최근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대외 변수들이 차익실현의 빌미로 작용했을 뿐, 약세장으로의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8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29%(676.18포인트) 떨어진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8048.09(-1.38%)로 출발한 코스피는 낙폭을 빠르게 확대하며 장중 7442.73(-8.80%)까지 밀렸다. 이 과정에서 올 들어 세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서킷브레이커 해제 후에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걸렸다. 올해 들어 11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장 막판 기관 매물 폭탄, 2.7조 매도우위

이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주 하락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멘트를 날리면서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낙폭 축소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코스피도 하락 폭을 줄이는 듯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 매도 공세가 다시 심화되며 지수는 재차 낙폭을 키웠다.

장 초반에는 외국인·개인·기관 모두 순매도와 순매수를 오가며 방향성을 탐색하는 모습이었다. 개장 후 1시간여가 지나자 외국인은 순매도로, 개인은 순매수로 방향을 굳히며 빠르게 물량을 늘렸다. 장 마감을 앞두고는 외국인이 매도 물량을 급격히 줄인 반면, 기관이 매도 공세를 퍼부으며 지수를 짓눌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2조6564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장중 1조원 넘는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은 최종 2401억원 매도 우위로 장을 마쳤다. 개인만 홀로 2조6038억원 순매수에 나섰지만, 기관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가 1조921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KODEX 레버리지(3220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2342억원),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2245억원), KODEX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24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하락했다. 시총 100위권 종목 가운데 단 3종목만이 상승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18%(3만3500원) 급락한 29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장중 200만원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오갔지만 결국 200만원 아래에서 장을 마쳤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7.68%(15만9000원) 떨어진 191만1000원에 마감했다.

반면 방한 중인 젠슨 황 CEO가 협력 확대를 시사한 NAVER(+9.20%)와 SK텔레콤(+0.28%)은 상승 마감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이날 시장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네 가지가 지목된다. 우선 주말 사이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다. 여기에 브로드컴의 부진한 가이던스와 엔비디아 SOCAMM 용량 하향 소식이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로 확산되며 글로벌 반도체주가 급락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오는 12일 예정된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유동성 이동 가능성,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 등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는 9.08%(91.05포인트) 급락한 911.3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오전에 매도 사이드카가, 오후 들어서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오전 9시6분 코스닥에 올 들어 네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프로그램 매매가 일시 정지됐다. 이후 장 마감을 한 시간가량 앞두고 서킷브레이커도 가동됐다.


국내 양시장 모두 급락한 8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임은재 기자.
국내 양시장 모두 급락한 8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임은재 기자.
“지수 하락 요인은 단기 변수…추세 전환 아냐”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을 약세장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구간에서 대외 변수들이 겹치며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했고, 이 과정에서 지수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과도한 투매보다는 변동성 국면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한 것은 이번 주 개막하는 월드컵 수요로 인한 착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용보고서 세부 지표를 살펴봤을 때 고용 증가분에서 레저 및 숙박이 크게 증가했다”며 “지방정부, 헬스케어 등 일부 부문에 집중돼 있었는데 ‘Good is Bad’가 사실은 진짜 ‘Good’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단일 고용지표만으로 연준이 실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반도체주 급락 역시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OCAMM2 탑재량 축소는 확대된 제품 라인업 내 재배분 성격으로 해석된다”면서 “하이퍼스케일러의 수주잔고가 급증하고 있고 메모리 공급사에 유리한 장기공급계약(LTA)이 체결되고 있는 건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는 과격하게 조정됐지만 메모리 업황을 대변하는 현물 가격은 평온했다”며 “이번과 같은 노이즈와 주가 조정에선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 상장으로 인한 유동성 우려도 과도하다는 평가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유휴 유동성으로 간주될 수 있는 전체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현재 8조달러(우리돈 1경2320조원) 안팎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그만큼 대형 신규 상장을 수용할 수 있는 버퍼가 적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앞서 역대 최대 규모의 IPO 조달액보다도 훨씬 더 큰 알파벳의 증자 계획이 시장에 공개됐지만, 시장의 파장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본 조달 이슈에 시장은 생각보다 민감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은 매도보다 버티기 혹은 분할 매수”

시장은 단기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변동성 구간에서 성급하게 매도에 나서기보다는 대응 전략을 재점검하고 포지션을 조정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은 “앞으로 1~2주간 극심한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매도 실익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 “변동성을 활용해 매집하거나 버티기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말 2분기 프리어닝 시즌 돌입과 함께 코스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나타나면서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전력기기 등 AI 밸류체인 관련주 중심으로 상승 추세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아인 연구원도 “오는 10일 미국 5월 CPI 발표와 11일 한국 선물·옵션 동시 만기, 12일 미국 스페이스X 상장 등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집중돼 있다”며 “급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단 단기 변동성 국면을 활용한 AI 주도주 중심의 비중 확대 전략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55.2원에서 출발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상승폭을 줄이며 하락 전환, 1535.0(-4.1원) 에 정규장을 마쳤다. 외환당국은 이날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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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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