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트 탁구에서 19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현정화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 집행위원장이 이번엔 생활탁구에서 다시 선수로 코트에 섰다.
대회를 준비하는 집행조직의 수장인 동시에 1호 참가 선수로 이름을 올린 현 위원장은 7일 강릉 오발(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55~59세부 단식 예선 4그룹에서 3전 전승을 거두고 128강 본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현 위원장은 덴마크의 피아 톨회이(Pia Toelhoej), 아일랜드의 쿽 추이 린(KWOK Chui Lin), 한국의 임혜숙 등과 한 그룹에서 겨루어 모두 승리했다.
결과는 전승이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현역 시절 세계 정상에 올랐던 빠른 전진속공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순간적으로 앞으로 파고들며 타이밍을 빼앗는 공격과 날카로운 코스 공략에서는 ‘세계 챔피언 현정화’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세계마스터즈 무대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현역 선수들의 빠른 볼에 익숙했던 감각과 달리 생활체육 선수들의 다양한 구질과 박자는 예상보다 까다로웠다.
특히 임혜숙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두 번째 게임을 내준 데 이어 세 번째 게임에서도 끌려가며 위기를 맞았다. 결국 특유의 집중력으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현 위원장은 “생각보다 많이 깎이고 밀리고, 박자가 달라 당황했다”며 “현역 선수들은 서로 공격하려고 하는데 생활탁구는 연결도 많고 다른 구질이 온다. 이제는 내가 다 치려고 하기보다 연결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결과만큼이나 코트 주변 풍경도 특별했다. 덴마크 피아 톨회이와의 경기에서는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이자 이번 대회에 피아 톨회이의 복식 파트너 선수로 참가 중인 페트라 쇠링 회장이 직접 상대 벤치에 앉았다.
한국 벤치에는 박상준 한국마사회 감독과 열혈 탁구동호인으로 유명한 채문선 전 대한탁구협회 부회장(탈리다쿰 대표)이 함께했다. 이태성 조직위원장을 중심으로 많은 관계자와 동호인들도 경기장을 둘러싸고 관심을 보냈다.

현 위원장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단식·복식·혼합복식·단체전 정상에 모두 오른 ‘풀하우스’ 달성자로, 레전드 중의 레전드가 출전한 경기였지만 분위기는 치열한 승부 외에도 세계 탁구 관계자들과 생활탁구인들이 함께 웃고 즐기는 세계마스터즈 특유의 장면이 연출됐다.
현 위원장과 접전을 펼쳤던 임혜숙 선수는 “같은 그룹에 현정화 감독님이 계셔서 실은 당황했다. 다른 이들은 좋겠다 하는데 약간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막상 경기해보니 편안하게 해 주셨고, 어려운 서브보다 랠리를 이어갈 수 있게 해 주셨다. 평생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현 위원장이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직접 라켓을 잡은 의미에 대해 “세계마스터즈는 1등 하려고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라 세계 탁구인들의 축제이자 화합의 장”이라면서도 “우승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 보겠다”는 말로 ‘경쟁과 화합’을 동시에 강조했다.

현 위원장이 출전하는 여자 55~59세부 단식 본선은 128강 토너먼트로 오는 9일부터 진행된다. 예선을 무패로 통과했지만 정상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같은 부문에는 한국 생활탁구 최강자로 꼽히는 노미화 씨를 비롯해 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금메달을 획득한 방정화 씨 등 유독 한국의 강자들이 대거 출전하고 있다. 현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생활탁구 특유의 구질과 경기 운영 역시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이름도, 세계 챔피언이라는 경력도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 무대. 대회를 책임지는 운영자이자 다시 라켓을 잡은 한 명의 선수, 현 위원장의 세계마스터즈 도전에 세계 탁구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인수 기자 penjer@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