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0일 (3)
바젤3, 생산적 금융 옥죌라…규제 손질 필요성 제기

바젤3, 생산적 금융 옥죌라…규제 손질 필요성 제기

승인 2026-05-20 19:14:06
2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은희 기자
2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은희 기자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바젤3 중심 건전성 규제가 기업대출·주식투자 등 생산적 금융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 세미나에서는 단순한 규제 완화 대신 자본 흐름과 위험가중치 체계를 손봐 금융 안정성과 생산적 금융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

이날 발표자들은 바젤3 체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과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적 금융 기능을 살릴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규제 정합성은 유지하되, 국내 산업 구조와 성장 전략을 반영한 위험가중치·자본규제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험가중치 중심 규제, 생산적 금융 위축 우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젤3 최종안이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교화됐지만, 개별 위험 통제에 치우친 위험가중치 체계가 금융의 생산적 역할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의 역할 중 하나가 위험자본 공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위험 강조는 위험 추구 행위 자체를 억누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바젤3 최종안처럼 위험가중치를 세부적으로 규정할 경우 은행이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생산적 금융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산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 익스포저는 일반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높은 만큼, 과도한 위험 억제는 결국 위험자본 공급 기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식과 기업대출에 일괄 적용되는 자본규제를 실제 위험에 맞게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바젤 표준방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주식은 위험가중치 250%, 단기매매 목적 비상장 주식·벤처캐피탈 등 일부 주식에만 400%를 적용하지만 한국은 최근까지 400%를 기본값으로 적용해왔다는 점도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영국은 일반적으로 모든 주식에 250%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고, 400%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주식은 5년 이하 업력을 가지는 기업 주식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보유 3년 미만 단기매매, 업력 5년 미만 비상장 기업 등 일부 주식에만 400%를 적용하기로 한 만큼, 생산적 금융 확대 차원에서 위험가중치를 보다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대출과 관련해서는 ‘무등급 기업’에 대한 위험가중치도 합리화 대상이라고 봤다. 바젤 표준방법상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이 없는 무등급 기업에는 100%, 무등급 중소기업에는 85%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되는데, 채권 수요 부족 등으로 등급이 없는 우량 기업까지 일률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채권 수요가 부족해 채권 등급이 없는 기업들은 무등급으로 분류돼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실제 회사가 우량해도 등급이 없는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치 100%를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 사례를 언급하며 “영국 은행들은 무등급 기업을 투자적격과 비적격 그룹으로 나눠 위험가중치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은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등급을 받지 못한 기업이라도 투자적격으로 판단하면 65%, 비적격 기업에는 135%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도 운용한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도 무등급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기보다, 내부 평가를 통해 투자적격성을 가려 위험가중치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이 주택가격 상승과 대출 확대가 반복되는 증폭 사이클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이 없으면 주택가격 상승, 담보인정비율(LTV) 하락, 대출 확대,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형성돼 시스템 리스크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며 “스웨덴·노르웨이·홍콩 등도 유사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이 기술적으로 늘어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 역시 엔화 약세 국면에서 비슷한 구조를 겪고 있지만, 대형은행의 해외사업 수익성이 높고 금융당국도 구조적 외환포지션을 일일이 승인하기보다 리스크 관리 정책 차원에서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스위스 사례를 언급하며 특정 자산군에 추가 자본규제를 적용하는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관련 규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젤3 최종안의 표준방법 강화가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위험 자산으로 분류됐던 미국 모기지담보증권(MBS) 일부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사례를 들며, 위험가중치 자체도 완벽한 기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표준방법이 인식하지 못했던 시스템 리스크 누적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국 규제 동향과 국내 경제 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은행 건전성 제고와 자원배분 효율성이라는 두 가치가 양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보다 자본 흐름 전환’…생산적 금융 해법 제시”

두 번째 세션에서 발표한 윤여준 PwC컨설팅 상무는 생산적 금융 진작을 명분으로 자본규제를 느슨하게 풀기보다는 금융회사 내부의 자본 흐름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생산적 금융 방향은 자본규제 완화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자본 흐름에서 구조적 전환이 일어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유럽연합·영국·싱가포르 등이 자본규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적 금융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 차등 적용, 정부의 리스크 분담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생산적 분야로의 자본공급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생산적 금융에서도 금융 안정성이 우선돼야 하며,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데이터 기반 사전검증과 시범적용, 효과검증을 거친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5대 금융지주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평균 15.9%로 글로벌 수준의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생산적 금융에 대한 새로운 위험가중치 적용 같은 자본부담 완화는 금융회사마다 리스크 관리 소홀과 과도한 위험추구 행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특정 분야에 대한 자본부담 경감이 시장 자원배분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고, 위험가중치 특례가 해석에 따라 광범위하게 확대 적용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상무는 생산적 금융 대출에 대한 한국만의 특수한 위험가중치 운영방식이 국제 바젤협약 등 글로벌 기준과 괴리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본 부담 특례를 적용받는 생산적 금융 투자 대상과 적격 요건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특례에도 일몰조항을 둬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효과검증을 거쳐 연장 또는 종료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권은 전반적인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자본 배분의 구조적 다변화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손실흡수능력 규제 체계와 은행지주 계열 자회사에 대한 병행 규제 구조의 정합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생산적·포용·상생금융 실행 체계와 관련해서도 그룹 단위의 통합 관리 거버넌스와 실적 측정·평가 인프라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상무는 “결국 필요한 것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자본 흐름의 구조적 전환을 통한 금융규제 체계의 정교화”라며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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