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귀신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살목지’에 나오는 물귀신은 아니고요, 여러분을 홀리고 싶다는 뜻입니다(웃음).” 한 아이돌 리더가 말했을 법한 이 포부는 사실 배우 윤재찬(27)의 바람이다. 역시 경력직은 다르다고 생각한 대목이다. 2017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로 얼굴을 알린 뒤 약 2년간 그룹 재로(XRO)로 활동하며 키운 순발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성실함은 여전히 유효해 보였다.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살목지’ 현장에서도 그랬다. 캐릭터에 맞는 외형을 만들기 위해 6kg을 찌우고 물수제비 신을 위해 돌을 200번은 족히 던졌단다. 최근 쿠키뉴스와 만난 그는 개봉 소감을 묻는 말에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영화 잘 봤다고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 하루하루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살목지’는 살목지 로드뷰에 정체불명 형체가 찍히고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중 윤재찬은 온로드미디어 촬영팀 막내 PD 성빈 역을 맡았다. 이에 성빈의 회사 동료이자 유튜브 공포 채널을 운영하는 세정으로 분한 장다아와 커플 호흡을 맞췄는데, 두 사람 모두 주인공보다 더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스스로 인물의 전사를 만들고 흥분한 사람의 호흡을 구현하기 위해 산속을 뛰어다닌 윤재찬의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원래 하나 하나 쌓아가는 걸 좋아해요. 걸음걸이는 이럴 것 같고 말투는 저럴 것 같고. 그렇게 캐릭터를 이해하면서 표현하는 편이에요. 세정이랑은 6개월 정도 사귀었다고 생각했고요. 성빈이가 흥분하거나 긴장한 신에 들어가기 전에는 숨이 찰 만한 강도로 왕복으로 1~2km를 뛰었어요. 호흡이 가빠야 하는데 억지로 흉내 내면 거짓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적이 드문 곳을 뛰어다녔는데 새소리에도 예민해지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예민해지는 게 좋았어요. 어떻게든 도움을 받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극 후반 수인(김혜윤)을 의심하는 성빈이 MPV(다목적차)에 세정을 태우고 살목지를 벗어나려는 시퀀스는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극한의 공포로 이성을 잃고 본능대로 운전대를 꺾는 성빈은 스크린에서 실존인물처럼 살아 숨 쉬었다. 운전마저 진짜였다. 윤재찬은 “20% 정도 엄청 빠르게 핸들을 조작해야 하는 부분은 도와주셨고 나머지 운전 신은 다 직접 했다”고 밝혔다. “생각보다 (엑셀을) 더 세게 밟아야 했는데 조금만 더 밟으면 저수지로 빠지는 상황이었어요. 또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차가 꿀렁거리도록 해야 했어요. 현장에서 잘 알려주셔서 열심히 했죠. 평소에는 ‘안전제일’입니다(웃음). 차에서 미친 듯이 화내는 건 지문에 없었는데 이런 포인트가 있어야 (관객이) 수인을 의심하는 장치가 될 것 같았어요. 감독님이 제 의견을 수용해주셨고요.”
알고 보니 ‘살목지’를 향한 윤재찬의 진정성은 작품 합류 전부터 남달랐다. 주연급 배우 몇몇이 함께 후보에 올라 위축됐지만 이내 “신인의 깡을 보여주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단다. “2~3일 동안 불을 다 끄고 살았어요. 그리고 여러 귀신 비주얼을 랜덤으로 고른 뒤 그 귀신이 저를 쳐다본다고 상상하며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렸어요. 정신 나간 사람마냥 그랬죠. 그렇게 준비해서 보여드렸더니 감독님께서 제가 가장 성빈에 가깝다며 연기를 칭찬해 주셨어요. 인정받은 것 같아서 너무 기뻤어요. 출연이 확정되고선 좋아서 소리를 질렀죠.”
윤재찬은 2023년 드라마 ‘셋셋남녀’를 시작으로 배우 필모그래피를 착실히 쌓고 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판사 이한영’ 등에서도 그의 안정적인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돌 재찬을 기억하는 이도 잠시 그 사실을 잊을 정도로 화면 속 그는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작곡에도 매진했던 윤재찬이 가수의 꿈을 쉽게 놓을 리는 없다. 모두 잘하는 멀티테이너를 꿈꾸는 그에겐 이를 실현할 열정과 역량이 있다.
“아이돌 역할이 들어온다면 제 인생 3분의 1 동안 했던 거라 정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그게 아니어도 음악 작업은 계속 하고 있어요. 노래도 낼 거예요. 연기도 음악도 하는 배수(배우와 가수)가 꿈이에요(웃음). 지금 몰입해서 열정적으로 하는 건 연기가 맞지만요. 박정민 선배님, 구교환 선배님 연기를 정말 좋아해요. 그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 스펙트럼도 넓으시고 어떤 배역이든 잘 녹아드시잖아요. 존경스럽고 닮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