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단지 사업재편안 제출 마감 시한이 도래했지만, 기업 간 이해관계 상충과 중동 사태 등 불확실성까지 겹쳐 일부 산단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데드라인을 넘길 전망이다.
31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주요 산단 중 여수 2호(LG화학-GS칼텍스)와 울산(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에서 사업재편안 마련을 위해 논의를 하고 있으나 이달 중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2월22일 석화업계 사업재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1분기 내에는 최종안 제출이 마무리될 것”이라 언급하고, 이달 21일에도 SNS를 통해 “울산까지 구조개편이 이뤄질 때 비로소 석화산업 전체가 다시 설 수 있다, 이제 울산의 시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선 정부가 지침으로 1분기 기한을 명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 간 협의가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중동 사태로 인한 나프타 수급 불안까지 커지고 있어 논의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수 2호로 불리는 LG화학-GS칼텍스 간 NCC(나프타분해설비) 감축 방안은 연간 에틸렌 생산 200만톤 규모의 LG화학이 90만톤 규모의 GS칼텍스에 NCC 일부를 매각하고 합작사(JV)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지배구조 규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주)GS의 손자회사인 GS칼텍스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해당 회사는 증손자회사에 해당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해 JV 설립이 어려운 구조다. GS칼텍스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 미국 셰브런의 동의도 필요한 만큼, 협의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에 양사는 노후도가 높은 LG화학 1공장을 폐쇄하는 방안 등을 폭넓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의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하다. 울산은 여수·대산에 비해 NCC 규모(대한유화(90만톤), SK지오센트릭(66만톤), 에쓰오일(18만톤))가 작아 3사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겼다. 당초 SK지오센트릭 한 곳만 폐쇄하는 방안과, 3사가 각각 조금씩 생산량을 감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왔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특히 에쓰오일이 9조원을 넘게 투입한 대규모 ‘샤힌 프로젝트’가 오는 6월 기계적 완공을 마치고 올해 말 시운전 및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 NCC 캐파 180만톤이 다시 늘어나 이를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원료용 유분 수율이 높은 최신 기술 ‘TC2C(Thermal Crude-To-Chemicals)’ 공정을 도입했기 때문에, 샤힌 프로젝트가 아닌 노후 설비부터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회사 차원에서도 업황 변화로 당초 정부 약속과 달리 신규 설비 투자에 따른 투자세액공제를 연장 받지 못해 연간 수백억원의 세제 관련 손해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다른 기업 역시 형평성과 구조조정의 실효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합의안이 여전히 표류 중이다. .
이들 2곳을 제외하면 대산, 여수 등에서 총 250만톤을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정부의 목표치(연간 370만톤 감축)의 68%가량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에 따른 나프타 수급 문제까지 겹쳐 불황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면서 “사업재편안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 간 논의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는 만큼, 강제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차원에서 정부의 중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