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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의 상판 구조물 붕괴사고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뒤늦은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3년 중단했던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형건설사의 명단을 다시 공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지난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교량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 4∼5개가 떨어져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여파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날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는 207명이 사망했다. 이 중 106명(51.2%)이 추락사고를 당했다. 추락 사망사고 비율은 2020년 44.2%였으나 2021년 54.6%로 증가한 뒤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건설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만큼 비용이 투입되는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안전관리 강화를 유도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형 건설사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
국토부는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 명단을 공개했으나 건설업계의 항의가 잇따르자 지난해부터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갖춘 뒤 명단을 다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명단 공개를 추진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의원 입법이 아닌 정부 입법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며 “아울러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가 어떤 터널공사, 재건축 공사를 하는지 담당 공사현장 리스트 공개를 추진해 경각심을 줄 것”이라며 고 말했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안전관리수준평가 때는 추락사고 현황을 반영하기로 했다. 건설사 CEO가 현장점검을 통해 근로자 안전을 강화한 구체적 성과가 인정된다면 기술형 입찰 때 가점을 부여한다.
국토부는 제도 개선이나 지원보다 CEO, 임원진이 직접 현장에 나가 근로자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위험 공종 작업 장소에는 발주청, 시공사, 감리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안전실명제 표지판’으로 만들어 부착하도록 한다.
정부는 비계, 지붕, 채광창 등 추락사고에 취약한 작업의 설계 기준과 표준시방서도 고치기로 했다. 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 설치한 가설물인 비계에서 작업하는 근로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작업 계단의 적정한 설치 간격 기준을 마련하는 식이다.
공사비 산정에 활용하는 품셈은 비계 설치·해체와 관련한 할증 기준을 마련하는 등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보완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원도급사의 작업계획에 따라 작업하도록 임대차표준계약서 약관도 제정하기로 했다. 휴게 시간을 이용해 원도급사와 협의 없이 계획 외 작업을 할 경우 불이익을 받도록 해 안전사고를 차단한다.
공공공사에 적용하는 설계 안전성 검토는 민간공사까지 확대한다. 또 소규모 건설공사에 위험 공종이 포함돼 있는데도 시공사가 착공 전 시공 절차와 주의 사항을 담은 '소규모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금은 관련 벌칙이 없어 이행력이 낮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50인 미만 중소건설업체에는 스마트 에어 조끼 등 안전 장비 구입 비용(3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장 점검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관계기관과 불시 특별합동점검을 벌여 부실시공과 안전관리 미흡 사항을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추락사고 발생 때는 건설사 본사 차원에서 모든 현장을 자체 점검한 뒤 점검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하도록 한다. 대책이 미흡한 경우 정부가 특별점검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