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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부실 채용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권한을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선관위를 둘러싼 각종 규정 위반 문제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헌재의 판단이 논란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을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권한침해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헌법과 선관위법이 선관위가 외부기관의 부당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음에도, 감사원이 직무감찰권 없이 이를 행사하려 한 것은 권한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헌재는 선관위에서 발생한 각종 채용비리 등이 정당화될 수 없고, 수사 대상에는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피청구인(선관위)의 직무감찰 대상 배제가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며 “부패행위 대한 감시와 통제는 어느 영역에서나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국회 국정조사 및 국정감사, 수사기관에 의한 외부적 통제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재 선고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우나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며 “헌재의 판결문 내용과 취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향후 선관위 감사 범위와 대상을 정립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권한쟁의 심판은 2023년 5월 박찬진 전 선관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경력직 채용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선관위는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5급 이상 공무원 자녀의 경력경쟁채용에 관한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사무총장 등 4명에 대하여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선관위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사원의 직무감찰에 대해서는 거부하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