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의 관문 서울역. 고도 제한 등으로 개발이 정체돼 낙후된 서울역이 교통·문화·상업 허브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서울시와 전문가들은 역사적 건축물과 현대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 개발로 잘 알려진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일본 도쿄역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서울역 역세권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4 서울시 도시공간정책 국제 콘퍼런스 ‘공간 대개조’에서 “서울역은 대한민국의 교통허브이자 역사적, 상징적 공간이지만, 도시의 빠른 성장과 변화 속에서 다양한 도전과 한계를 겪었다”며 “서울역 일대 공간의 재구상은 사람 중심의 도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도시를 실현해 걷기 편하고, 머무르고 싶고, 서로 연결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30만명 이상이 오가는 서울역 일대는 낙후되고 접근이 불편해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일반 철도와 KTX, GTX 등 환승 체계가 복잡하고, 철로가 도심을 가로질러 서울역 동·서 지역을 단절한다는 문제도 있다.
앞서 시는 지난 6월 ‘서울역 일대 공간개선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계획을 밝혔다. 마스터플랜은 서울역을 광화문~용산~한강을 잇는 국가 상징축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구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서울역의 역사와 상징성을 회복하고 국가 중앙역으로서 위상을 정립할 방안도 모색한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일본 도쿄역만큼은 아니지만, 서울역도 일 30만명 정도가 사용하고, GTX 등이 완공되면 50만~1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며 “철도 지하화 선도 사업에 대한 부분은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좀 더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진행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향후 KTX 고속철도와 GTX 노선이 확대되면 혼잡도가 현재보다 더 극심해질 전망인 만큼 철도 지하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조 본부장은 “높이(제한)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완화하고 공공재에 대한 부분을 조정하며 공공에서 조금만 지원을 해준다면 서울역 일대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철도 교통의 플랫폼은 혁신 그리고 문화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글로벌 톱5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대중교통이 편리해져 서울역 주변에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기를 바란다. 이러한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랜드마크 타워를 중심으로 지하의 입체 복합 개발이란 큰 그림에서 진행할 계획”이라며 철도 지하화가 이뤄지는 2033년 이후부터 서울역 상부 개발을 추진하고, 2046년 완성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일대 복합개발 마스터플랜을 담당한 앨리스 앤 모리슨 파트너인 밥 앨리스와 도쿄역 일대 개발에 참여한 니켄 세케이의 해외부문총괄인 와타루 다나카 등이 발표자로 나서 각 도시의 사례를 소개했다.
앨리스 파트너는 “대도시의 큰 역은 성매매, 범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킹스크로스역 역시 역사적인 건물이 (주변에) 많이 있었음에도 20년 전엔 버려진 곳이었다”며 “2000년대 초반 대규모 도시 재생 사업으로 현대적이고 활기찬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25년 (역세권 개발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빌딩에 4만5000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게 될 것이며 대학에 5000명 정도의 학생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거주, 사무공간이라는 기본적인 용도 외에도 공공도서관, 수영장, 영화관, 대학교 건물과 같은 공간을 포함해 다양한 건축물을 만들었다”며 “판매하고 렌트할 수 있는 거주 공간도 있지만, 공유할 수 있는 거주 공간을 만들고 노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커뮤니티가 이뤄질 수 있게 구상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도시 개발을 통해 역 주변이 발전하고, 시민들이 수시로 모여드는 활기찬 장소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본 도쿄역 일대 복합개발 사례도 참고했다. 와타루 니켄 세케이 해외부문총괄은 “3층 구조의 도쿄역은 1914년 지어져 2차 세계대전 중 불에 타 손실됐다. 2012년 복원됐다”며 “역 주변을 보면 1992년 마루노치 비즈니스 지구에 많은 건물이 30~40m 높이에 불과했다. 2020년 사진을 보면 주변 많은 건물이 180m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와타루 총괄은 “도쿄역 아래 지하 네트워크가 잘 발달해 있다. 도쿄역을 시작해 주변 역과도 연결된다”며 “전체 면적은 30만㎡ 이상이며 현재도 확장되고 있다”며 “계절과 날씨에 따라, 어디를 걷고 싶은지에 따라 선호하는 경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시는 서울역 일대의 성공적인 도시 재생을 위해 런던과 일본 사례를 참고할 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양병현 서울시 도시공간전략과장은 이어진 토론에서 “공공, 민간, 토지주 등 서울시에는 많은 주체가 있고, 다양한 의견으로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다양한 주체들의 거버넌스를 만들고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틀에 박힌 도시계획이 아닌 유연함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반영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