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김여사한테 꼬리친 덕” vs “이재명 구하려 결격사유 찾나”

“KBS 사장? 김여사한테 꼬리친 덕” vs “이재명 구하려 결격사유 찾나”

KBS 사장 청문회 2일차
여야, 김여사 파우치 발언 두고 공방


박장범 한국방송공사 사장후보자가 18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19일 열린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조그마한 파우치’ 표현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이 불투명한 과정 속에 진행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해병대원 순직 사건이 있고, 아내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받은 영상이 나왔는데도 KBS는 (윤 대통령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과 박장범 진행자와의 대담이 청문회의 주요 이슈가 되는 이유는 녹화를 한 후 이례적으로 3일 동안 가지고 있다가 방송했다는 것을 넘어, 시기와 형식과 내용 모두 국민 다수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라며 “준비 과정을 들어보니까 대통령실과 KBS 모두로부터 KBS가 제안해서 모든 결정권을 쥐고 진행하게 됐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상황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그 직전에 11월27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뇌물 수수 영상이 공개됐다”며 “대통령의 격노로 박정훈 대령이 항명죄로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의혹들이 일고 있었고, 4·19 총선은 두 달 앞둔 시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이 됐다면 최소한 대통령실은 방송사 3사 중 어느 매체와 대담을 할 것인지, 대담의 형식은 생중계로 할 것인지 녹화를 할 것인지, 대통령실이 주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제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과정들이 있어야 했다”며 “당시만 해도 최재형 통합뉴스룸 국장이 상사인데 후배 직원인 박 앵커가 주도해서 했다고 한다. 이거 밝혀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통상 보도국장은 뉴스의 책임자다. (대담은) 뉴스와는 별개로 진행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대통령 대담이 추진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KBS 기자인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대담이 진행될 때 회사 내부에서도 굉장히 불투명한 부분들이 많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며 “대담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대담을) 제작했던 부서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제작부서였고, 최초의 기획도 대담이 아니라 미니 다큐 형식으로 제작을 하는 걸로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18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장범 한국방송공사 사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인철 의원이 디올백을 들어 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후보자의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이 “KBS가 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했다”, “사장으로 낙점받은 이유는 김 여사에게 꼬리를 쳤기 때문”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자, 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앞서 박 후보자는 ‘KBS 뉴스 9’ 앵커 시절인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는 표현을 써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KBS가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부끄럽지도 않냐”며 “박 후보자의 알량한 단어 선택, ‘조그만 파우치’ 그 안에 담겨 있는 맥락을 국민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꼬집었다. 또 “KBS 노조 구성원들의 95%가 후보자에 대해선 사장으로는 부적합하고 사장으로 낙점받은 이유에 대해선 파우치 대담으로 김 여사에게 꼬리를 쳤기 때문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따져물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도 “박 후보자는 (명품 가방의) 금액과 고가를 언급하지 않고 굳이 파우치만 말씀했다”며 “파우치는 상품명이라 괜찮다는 후보자의 답변은 궤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저는 수긍하지 않지만 보는 분의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지만 사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 후보자를 엄호했다. 최수진 의원은 “박 후보자는 30여년 방송기자로 근무하면서 기자로서의 역량을 쌓았다”며 “젊은 사장이어서 경영난 해결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 등을 용기 있게 바꿔나갈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 인터뷰 과정에서 정확한 제품 정보를 파악하고, 중립적 인터뷰를 해 준 후보자를 두고 정치적 시각에서 재단하고 평가하는 자세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방송 장악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의원은 “박 후보자를 굉장히 결격인 사람처럼 묘사해서 각인시키려 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 구하기의 연장선상”이라며 “모든 문제의 근본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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