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정신의료기관 인증 평가…“사후점검 강화”

‘유명무실’ 정신의료기관 인증 평가…“사후점검 강화”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고 이어져
평가·인증 의무에도 관리 기준 미흡
인증원 “중간점검 기준 개선…평가 전문인력 확대”

게티이미지뱅크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인증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인증제를 관장하는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은 현장조사 등 사후 점검을 강화하고 인력을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신병원 입원 환자가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환자를 격리하거나 강박한 채 방치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랐다. 지난 5월 30대 여성 환자가 독방에서 숨져 논란이 된 경기 부천시 W진병원의 경우 올해 1월부터 8월18일까지 시행한 격리 조치 건수가 74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박 처치도 118건에 이르렀다.

지난달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신의료기관의 평가·인증이 의무로 명시돼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정부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망사고가 일어난 정신의료기관이 평가를 통과하는가 하면, 평가를 거부해도 후속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사망사고가 일어난 서울 해상병원의 경우 2021년 평가에 합격했고 2024년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합격 평가 보고서의 ‘격리·강박에 대한 규정이 있다’, ‘안전하게 시행하고 기록한다’ 등에 대한 항목에선 ‘상’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의료기관 평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1조에 규정된 법적 의무사항이다. 3년마다 재평가를 실시한다. 다만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인증으로 갈음할 수 있다.

의료기관 인증을 받고 난 이후 사후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정신의료기관 인증기관의 중간 현장조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치과병원, 한방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은 중간 현장조사를 갖고 의료기관 인증 사후 관리를 진행하지만, 정신의료기관은 자체평가만으로 인증이 유지된다. 인증이 아닌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에 대한 중간점검은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단 정신의료기관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한 경우 확인 조사차 현장점검을 나간다.  

또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평가를 거부하거나 불합격한 병원에 대한 재평가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희망하는 병원에 한해 재평가를 갖는다. 그 결과 불합격 의료기관 총 353곳 중 5곳만 1년 내 재평가를 받고 있다. 평가를 받더라도 합격률은 저조하다. 정신의료기관 평가 사업은 2021년 47.6%, 2022년 62.5%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평가에 참여한 의료기관의 절반가량이 합격을 하지 못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설치한 의료기관을 종합한 평가에서는 1주기 95.8%, 2주기 68.8%, 3주기 44.8%로 시간이 지날수록 합격률이 감소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빠른 시일 안에 사후 점검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인력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건사고가 생긴 병원에 대해서는 수시 점검 및 확인 조사를 나가고 있지만 체계적 중간점검이 부재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1년마다 자체 평가로 갈음했던 인증제도는 2년차에 한 차례 현장점검을 받도록 하고, 모니터링 제도가 없던 평가제도는 자체평가를 실시하도록 바꿔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신의료기관의 재평가 합격률이나 참여율이 매우 낮은 상황인 만큼 인증 기준의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정신건강증진 정책에 발맞춰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관계자는 또 “인증제 개편 추진단을 꾸려 다양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한다”며 “향후 인증제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수가 등 보상을 제공해 참여율을 적극 높이고, 인력 충원을 통해 인증 평가의 질 향상과 사후 관리 강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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