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스포츠] 허정무(55) 감독은 덤덤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로 한국 축구사를 바꾼 사람이지만 당장의 기쁨보다는 더 큰 환희(8강 진출)를 준비하는 듯 했다.
허 감독은 23일(한국시간) 16강 진출 확정 뒤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가진 공식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저는 크게 한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허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월드컵 무대에서 제 기량을 보여줬고, 주눅들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들도 잘 해줬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우루과이와의 16강전과 관련해 여러 얘기를 했다. “오늘 경기장에 오기 전에 우루과이-멕시코전을 TV로 지켜봤다. 우루과이는 수비 숫자가 굉장히 많고 역습이 좋은 팀”이라며 “이제부터는 단판 승부, 50대 50이다. 지면 탈락이고 이기면 올라간다. 단판 승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우리 선수들도 16강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갈 것으로 생각한다”는 기대감도 표시했다.
허 감독은 “16강 진출에 해외파 선수들 공로가 컸다. 해외에서 좀 더 많은 선수들이 뛰려면 어려운 문제가 병역이다. 병역 문제에 대해 더 융통성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며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에둘러 언급했다.
허 감독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석으로 내려와 한국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했다. 남아공에 와서 지금까지 없었던 모습이었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모두 걸고 남아공에 들어온 허 감독은 ‘드디어 해냈다’는 목표 달성의 흥분됨을 애써 짓누르고 있었다. 더반 스타디움(남아공)=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