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깔은 좋은데 뻔하네…‘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쿡리뷰]

때깔은 좋은데 뻔하네…‘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쿡리뷰]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국가안보실 보좌관 차정원(이선균)은 언제나 일이 먼저다. 그가 바라는 건 오로지 하나. 상사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정현백(김태우)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뿐이다.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 사건이 발생한다. 사춘기 딸을 유학 보내려던 길에 공항대교에서 연쇄추돌사고가 일어나서다. 이마저도 상사의 지지율에 보탬이 되도록 꾸미려던 그에게 검은 그림자가 덮쳐온다.

영화 ‘탈주: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는 재난 스릴러의 공식을 답습하는 데 그친 듯하다. 새로운 시도 없이 소재와 상황에 기대 화려한 화면으로 재난 상황을 충실히 재현하는 게 전부다. 때깔 좋은 영상에 1차원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니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진다.

재난 스릴러답게 여러 캐릭터가 각자 서사를 보여주며 하나의 사건으로 얽혀든다. 이를 풀어가는 속도감은 좋다. 다만 캐릭터들이 따로 노는 인상이 강하다. 어떤 인물은 표현이 과잉된 감이 있고 다른 인물은 평면적으로 표현됐다. 캐릭터 해석부터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다 보니 몰입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실감 나는 컴퓨터 그래픽과 화면 연출이 최선을 다해 극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소재는 흥미롭다. 정부가 방위산업 일환으로 암살용 군견 개발에 착수했으나 문제가 생겨 이를 폐기하려던 당일 추돌사고로 인해 개들이 풀려난다. 탈출한 살인견을 잡기 위해 군인들이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설상가상으로 제어 시스템까지 오류가 나며 개들이 민간인에게도 달려든다. 붕괴된 공항대교와 목숨을 위협하는 살육 무기, 황산가스 유출 등 여러 설정이 덧씌워지며 긴박감을 더한다.

문제는 캐릭터들이다. 배우 주지훈이 연기한 견인차 기사 조박이나 김희원이 맡은 양박사가 극에 맞지 않아 덜컥거린다. 조박은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하고 웃음을 줘야 하는 캐릭터로 설계됐으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캐릭터들이 삐걱대는 와중에 전개도 뻔하게 흘러간다. 경직됐던 부녀관계가 재난을 겪으며 화합하는 과정 역시 재난 스릴러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과 흡사하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딸로 김수안이 출연해 더욱더 기시감이 든다.

부성애, 무능한 정부, 고난 속 피어나는 인류애까지 기존 재난물의 구조를 충실히 밟다 보니 영화엔 새로울 게 없다. 신파에 기대지 않으려 하는 노력은 엿보인다. 정교한 그래픽으로 완성한 실감 나는 화면이 가장 큰 무기다. 이선균의 열연 역시 돋보인다. 언제나처럼 성실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올여름 개봉하는 그의 두 가지 유작 중 하나다.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故 이선균 님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를 보면 씁쓸함이 더해진다. 오는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96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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