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돌인터뷰는 과몰입 상태를 빠져나오지 못한 기자가 작품을 보며 궁금했던 것들을 묻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오컬트 장르극으로 알려진 영화 ‘파묘’는 차 번호판과 캐릭터 이름 등 숨은 요소가 알려지며 화제였습니다. 관객 사이에서 N차 관람 열풍이 일며 개봉 한 달여 만에 1000만 돌파를 앞두고 있죠. 지금도 관객 사이 작품을 해석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영화 속 숨은 1인치를 장재현 감독에게 직접 들어보세요.
Q. 극 중 참외와 은어를 두고 많은 추측이 나왔습니다. 어떤 의도를 담았나요?
“한 관객분이 일본 역사와 연관 지어 이야기를 풀어준 걸 접하고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의도 자체는 그것과 달라요. ‘험한 것’(김민준)이 은어와 참외를 요구하지만 화림(김고은)은 은어만 준비하잖아요. 실은 험한 것이 참외를 지칭할 때 사용한 단어가 지금은 사라진 고어(古語) ‘마쿠아’예요. 현대 일본어만 배운 화림이 이를 알아듣지 못해 은어만 대령한 거죠. 잘 보면 화림 역시 잔뜩 당황한 얼굴이에요. 다들 자막을 보느라 그걸 못 봐준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배우에게 ‘화림이 은어만 알아들어 당황했다’는 걸 설명하곤 했어요.”
Q. 캐릭터 이름이나 차 번호판 등 이른바 ‘이스터 에그’로 불리는 요소가 많습니다. 관객들이 찾아내리라 예상했나요.
“차번호나 배우들 이름, 차 색깔까지 모든 것들을 늘 신경 써서 만들어요. 전작도 그랬죠. 이번 영화는 유독 빨리 알아내시더라고요(웃음). 제 성격이 조금은 변태 같아서,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도 이걸 소수만 알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곤 해요. 하지만 이런 걸 이스터 에그라고 생각하며 만들진 않아요. 모든 요소는 서사와 캐릭터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설정하는 것이거든요. 운 나쁘면 주인공 이름 짓는 데 몇 달도 걸려요. 한 사람을 새로이 창조하는 거니까요. 이야기에 살이 붙길 바라며 세세한 것에도 신경 쓰곤 해요. 이런 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해요.”
Q. 짧게 지나가지만 화림이 일본 가서 굿을 배우는 모습도 나와요. 비화가 궁금합니다.
“화림이 이른바 인턴일 때 선생님을 따라 일본으로 출장 가는 장면이에요. 그곳에서 처음 정령을 대하는 걸 배우죠. 의외로 한국 무속인이 일본으로 출장을 자주 간다더라고요. 따라갈 기회가 없어 제가 실제로 겪진 못했어요. 평소 좋아하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아 만든 장면입니다. 편집상 속도감을 살려야 해서 짧게 파편화해 담았어요.”
Q. 일반적인 음양오행 순서와 달리 영화에는 흙과 물 순서를 취하더라고요. 어떤 의도일까요.
“첫 챕터 제목이 음양오행이지만, 원래는 음양과 오행이었어요. 화림과 봉길이 음양이고 풍수사와 장의사는 오행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화면에 놓고 배열해 보니 글자가 안 예뻐서 음양오행으로 줄였어요. 한중일 3국의 음양오행 체계가 조금 달라요. 큰 그림은 비슷해도 방향성이 다르거든요. 저희는 제목이 ‘파묘’인 만큼 흙을 바탕에 두고 나머지 4개 요소가 움직이는 걸 떠올리며 설정을 정리했어요.”
Q. 감독판을 따로 개봉할 계획은 없나요?
“없습니다. 블루레이나 DVD에 부가적인 장면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Q. 작품이 인기인만큼 속편을 향한 기대감도 높습니다. 또 한 번 상덕·영근·화림·봉길 4인방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배우들이 워낙 잘 표현해준 덕에 캐릭터들도 큰 사랑을 받았어요. 하지만 캐릭터만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아요. 무덤이야 다른 곳을 또 파면 되겠지만, 더 재밌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영화의 시작이에요. 이 캐릭터들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길 저 역시도 희망합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Q. 극 중 참외와 은어를 두고 많은 추측이 나왔습니다. 어떤 의도를 담았나요?
“한 관객분이 일본 역사와 연관 지어 이야기를 풀어준 걸 접하고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의도 자체는 그것과 달라요. ‘험한 것’(김민준)이 은어와 참외를 요구하지만 화림(김고은)은 은어만 준비하잖아요. 실은 험한 것이 참외를 지칭할 때 사용한 단어가 지금은 사라진 고어(古語) ‘마쿠아’예요. 현대 일본어만 배운 화림이 이를 알아듣지 못해 은어만 대령한 거죠. 잘 보면 화림 역시 잔뜩 당황한 얼굴이에요. 다들 자막을 보느라 그걸 못 봐준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배우에게 ‘화림이 은어만 알아들어 당황했다’는 걸 설명하곤 했어요.”
Q. 캐릭터 이름이나 차 번호판 등 이른바 ‘이스터 에그’로 불리는 요소가 많습니다. 관객들이 찾아내리라 예상했나요.
“차번호나 배우들 이름, 차 색깔까지 모든 것들을 늘 신경 써서 만들어요. 전작도 그랬죠. 이번 영화는 유독 빨리 알아내시더라고요(웃음). 제 성격이 조금은 변태 같아서,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도 이걸 소수만 알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곤 해요. 하지만 이런 걸 이스터 에그라고 생각하며 만들진 않아요. 모든 요소는 서사와 캐릭터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설정하는 것이거든요. 운 나쁘면 주인공 이름 짓는 데 몇 달도 걸려요. 한 사람을 새로이 창조하는 거니까요. 이야기에 살이 붙길 바라며 세세한 것에도 신경 쓰곤 해요. 이런 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해요.”
Q. 짧게 지나가지만 화림이 일본 가서 굿을 배우는 모습도 나와요. 비화가 궁금합니다.
“화림이 이른바 인턴일 때 선생님을 따라 일본으로 출장 가는 장면이에요. 그곳에서 처음 정령을 대하는 걸 배우죠. 의외로 한국 무속인이 일본으로 출장을 자주 간다더라고요. 따라갈 기회가 없어 제가 실제로 겪진 못했어요. 평소 좋아하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아 만든 장면입니다. 편집상 속도감을 살려야 해서 짧게 파편화해 담았어요.”
Q. 일반적인 음양오행 순서와 달리 영화에는 흙과 물 순서를 취하더라고요. 어떤 의도일까요.
“첫 챕터 제목이 음양오행이지만, 원래는 음양과 오행이었어요. 화림과 봉길이 음양이고 풍수사와 장의사는 오행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화면에 놓고 배열해 보니 글자가 안 예뻐서 음양오행으로 줄였어요. 한중일 3국의 음양오행 체계가 조금 달라요. 큰 그림은 비슷해도 방향성이 다르거든요. 저희는 제목이 ‘파묘’인 만큼 흙을 바탕에 두고 나머지 4개 요소가 움직이는 걸 떠올리며 설정을 정리했어요.”
Q. 감독판을 따로 개봉할 계획은 없나요?
“없습니다. 블루레이나 DVD에 부가적인 장면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Q. 작품이 인기인만큼 속편을 향한 기대감도 높습니다. 또 한 번 상덕·영근·화림·봉길 4인방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배우들이 워낙 잘 표현해준 덕에 캐릭터들도 큰 사랑을 받았어요. 하지만 캐릭터만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아요. 무덤이야 다른 곳을 또 파면 되겠지만, 더 재밌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영화의 시작이에요. 이 캐릭터들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길 저 역시도 희망합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