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와 함께 만드는 게임 [쿠키칼럼]

개발자 외에도 유저들도 게임 개발과 기획에도 참여
유저들의 창작 과정은 개발자에게도 큰 도움 돼

[쿠키칼럼-이유원]

게임을 좋아해 게임업계에 발을 들인 사람들 중 대부분은 창작자다. 어릴 적부터 공책에 끄적인 보드게임, RPG 만들기 툴, 게임 메이커, 이지툰, 플래시, 심지어는 스타크래프트 유즈맵까지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은 무척 신기하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직접 창조하는 것은 그 성질상 뗄래야 뗄 수 없나 보다. 

특히 인디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서 그러한 모습은 더 자주 나타나는 것 같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을 갖춘 인디게임은 유저들로 하여금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인디게임을 즐기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숨겨진 이야기를 추론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도 한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독자가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듯, 게임도 그렇다.

유저와 함께 만드는 게임 [쿠키칼럼]
스컬은 개발 과정에서 펀딩 중 유저가 개발 참여에 함께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네오위즈

그러니 얼마 전부터 인디게임 시장에서 유저가 직접 게임의 개발과 기획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점점 커지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2019년 온라인 펀딩을 시작한 국내 횡스크롤 액션 인디게임 <스컬>은 펀딩 목표 금액의 무려 11배를 모금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때 <스컬>이 사용한 소개 페이지 연출, 펀딩 상품 구성, 스트레치 골 기획은 지금까지도 펀딩에 나서는 인디게임들과 펀딩 매체들에게 중요한 레퍼런스가 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펀딩 참여자가 유저로서 직접 테스트 버전을 플레이해본 뒤 원하는 스킬 기획이나 디자인을 제안할 수 있게끔 펀딩 상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게임 유저들의 상호작용 욕구와 창작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펀딩의 매력을 높이고, 펀딩 자체에도 스토리를 부여하여 유저들의 애착심을 증대시켰다. 이 같은 방법은 이후 업계에서 점점 더 발전하여, <샴블즈>는 후원자가 직접 캐릭터나 스토리를 창작할 수 있도록 설정집을 제작하여 전달하기도 하고, <블루 웬즈데이>는 단순히 글 창작을 넘어서서 후원자가 게임 내 사용될 음악 창작에 기여할 수 있게끔 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내가 게임을 만들 때도 유저들의 창작과 기여는 무척 큰 동기 부여가 된다. <서울 2033>에서는 주기적으로 자체 내부 펀딩 콘텐츠를 통해 유저들이 직접 창작한 캐릭터가 게임에 등장하게끔 하고 있고, <수확의 정석>에서는 유저들의 기획을 게임내 랜덤 이벤트나 유물 아이템으로 반영하는데, 이는 게임의 세계관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게임에 대해 유저들이 바라는 점을 실현시켜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대중 매체와 문화의 발전이 그렇듯이, 어쩌면 이제는 게임을 즐기는 방법 역시도 양방향적으로 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저와 개발사가 함께 만드는 게임이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유저와 함께 만드는 게임 [쿠키칼럼]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이유원
1995년생. 초등학생 때부터 독학으로 인디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는 어느새 3년차 게임회사 대표가 되었다.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리더학부를 졸업하고,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널로 망하자'는 회사의 모토를 받들어 올해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자퇴했다. 게임 기획자로서 '허언증 소개팅!' '중고로운 평화나라'  '서울 2033' 등 기존에 없던 소재와 규칙의 게임을 만드는 것을 즐긴다. NDC, G-STAR, 한국콘텐츠진흥원, 성균관대학교, 연세대학교, 지역 고등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인디게임 기획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장르에 대해 강연해왔다.

yuwon@banjiha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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