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단기 차입금 한도 확대…유동성 경색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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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유동성 경색 장기화로 단기 차입금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 채권시장 경색국면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연말 보험금 지급 부담과 장기 자금 확보의 어려움으로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푸본현대생명, 신한라이프 등 일부 보험업계는 단기차입금 한도를 높였다. 금리인상에 따른 저축성보험 갈아타기, 퇴직연금 만기 도래 등 지급 부담이 크데 늘어난 상황과 유사시를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생명보험업계 1위사 삼성생명은 최근 단기자금 차입한도를 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늘렸다. 푸본현대생명도 단기자금 차입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렸는데 이는 차입한도가 자기자본(1조2800억원)을 넘어선 액수다. 신한라이프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당좌차월을 받거나 RP(환매조건부채권) 매도를 통해 1조4000억원 한도 내에서 단기차입 실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차입한도 확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유동성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계의 단기차입금 한도 확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되도록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유동성 확보를 하기 위해서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단기차입은 만기 1년 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따라서 단기차입의 한도를 늘렸다는 것은 혹시 모를 상황에 빌릴 수 있는 자금 규모인 마이너스 통장 규모를 늘린 것과 같다.

특히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대규모 머니무브(자산 이동)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보험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고려하는 이유다. 이달 업권별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상품 공시 이율을 보면 보험업계 5%대 후반~6%대 초반, 증권업계 6%대~8%대 중반 이율을 보였다. 보험사의 경우 자산운용시 감내 가능한 리스크가 타 업권 대비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일부 자금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자금 필요시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던 과거와 달리 금리상승과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콜옵션 번복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채권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것도 어려움을 더한다.

송미정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당분간 자금시장 경색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보험사의 유동성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전략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달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자금이탈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10%로 제한된 퇴직연금 차입한도를 한시적으로 풀어 RP 매도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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