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중대재해법 1호 중소기업 가능성 크다”

“안전 인력 배치 능사 아냐...안전체계 가동 지시·감독 중요”
“산업재해 80% 이상 중소기업서 발생...대책 마련 가장 시급”
“안전관리자 수요 급증...안전관련학과 확충 필요”

전문가 진단 “중대재해법 1호 중소기업 가능성 크다”
연합뉴스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산업 현장에서는 법 시행에 앞두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대기업들은 안전관리 전담부서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가능하지만, 전문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 

산업재해 분야에서 산업재해전문가로 활동해온 이상국 박사(숭실대 안전환경융합공학과 교수)는 법 시행에 관련해 현실을 반영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다수 중소기업은 법규에 대한 이해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에 가장 가깝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안전경영책임자 선임만이 능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개선 조치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 시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파헤쳐 본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엇인가


사업장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경영책임을 따져 묻는 법규범이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태만히 하거나, 하지 않아 사고가 생겼을 경우 사업주나 안전 경영책임자 처벌을 목적으로 마련된 법이다. 

‘중대재해’라는 개념이 다소 애매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나

쉽게 말해 사업장 내에서 사망·부상·질병 등이 발생한 경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구분한다. 

중대산업재해는 개별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근로를 제공받거나 노무를 제공받은 경우에 발생하는 종사자의 사망, 부상, 질병을 말한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재해 중 중대재해를 의미하므로 산업재해를 전제로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중대시민재해는 종사자가 아닌 불특정 시민에게 발생하는 사망, 부상, 질병을 의미한다. 

사업장 내에서 사망·부상·질병 등이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가 무조건 처벌받나

아니다. 사업 또는 사업장과 관련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업주·경영책임자 형사책임이 인정되진 않는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재해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범죄 성립이 안 된다. 중대재해 발생하더라도 다시 안전보건조치 의무이행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또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조치 등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따라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예방대책을 수립해 이행하여 의무를 충실히 한 경우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처벌 대상은 누구인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다. 사업주는 개인사업의 경우 개인사업주를 말한다. 법인의 경우 경영책임자는 대표이사로서 대표경영책임자,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안전경영 책임자를 의미한다. 대표이사가 안전경영책임자를 선임하지 않으면 본인이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대표이사는 안전경영책임자를 선임하면 인력‧조직‧예산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여야 한다. 대규모 특화사업을 위해 둘 이상의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 그 사업단장을 안전경영책임자로 선임할 수 있다. 

안전경영책임자 등을 선임하면 사업주는 중대재해처벌을 면할 수 있나

아니다. 최근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앞두고 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안전경영책임자를 선임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안전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 방패막이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소리가 자주 들리는데, 잘못된 오해다. 대표이사는 안전경영책임자를 선임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표이사가 안전경영책임자를 선임하더라도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는지 등 관리해야 한다. 권한의 법적 성질상 최고경영자로서 대표이사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안전’을 위한 법인데. 중복 입법 아닌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 근로자 등 종사자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기 때문에 중복 입법이란 주장이 많다. 하지만, 두 법은 차이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관리감독자를 대상으로 형사책임을 묻는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유해위험요인을 어떻게 제거‧통제‧회피하고 역할을 하는지 따져 묻는다. 안전강화를 위한 입법이라도 법률적 적용방법이 다르고 위반책임의 주체가 달라 중복입법이라 할 수 없다. 

발주자나 도급자는 중대재해처벌 대상에 포함 되나

도급, 용역, 위탁 등을 준 경우라도 사실상 지배‧운영‧관리하는 시설, 장비, 장소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된다. 따라서 도급 등을 주었다는 사정만으로 도급인 책임이 면책되는 게 아니다. 
건설공사발주자는 도급인이나 용역과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지배‧관리‧운영하는 경우 해당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확보의무는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 내 홍보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는 사실상 지배운영관리한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 진단 “중대재해법 1호 중소기업 가능성 크다”
산업재해전문가 이상국 박사(숭실대 안전환경융합공학과 교수, 노무사).  이상국 박사

"막연한 두려움보단 경각심 유지·대응매뉴얼 필요"
"처벌 1호 대상 중소기업 가능성 커"

기업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대재해가 발생한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 도움을 받아 사업의 특성과 사업장의 유해‧위험성을 파악해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해 시행하면 된다.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한 상태서 이른 시일 내 전문가 조언을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걸 추천한다. 중대재해발생에 대비해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긴급대응체계를 수립하는 등 중대재해 대응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 안전관리자를 채용하지 못한 상태라도 안전보건조치를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벌 1호 사례는 어디서 나올 가능성이 큰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 몇 차례 현대산업개발 등 중대재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산업재해 실태를 보면 건설수급업체, 제조업체, 조선업의 경우 중대재해가 빈발한다. 그러나 대기업 협력사보다 소규모 건설공사, 중소기업 사업장이 더 심각하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장은 오는 27일부터 법 적용되는데 대다수 중소기업은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국내 산업체 95% 이상은 중소기업이고, 건설업종은 99.1%가 중소규모의 건설업체에 해당된다. 산업재해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실정을 고려할 때, 중대재해처벌 1호 대상은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 사업장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보완 입법 얘기가 나온다.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하고 있으나, 법률과 시행령의 정합성이 부족한 문제점이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종사자 포함 여부 △건설공사발주자 법 적용 여부 △연면적 크기에 따라 중대시민재해 적용 제외된 사각지대 발생 △상시적인 감시체계 미흡에 따른 협력체계 구축 필요 등 명확히 하거나 개선해야 할 게 많다. 도급인과 수급인이 협력체계를 구축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20명 미만의 중소기업을 묶어서 협정을 맺어 안전보건지원을 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 

안전관리 인력 구하기도 어렵다던데, 향후 인력정책은

안전관리자 등 인력은 연간 2만명 정도 배출되고 있으나, 사업장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안전보건 관련학과가 개설된 수도권 대학은 서울과기대. 인천대 그리고 전문대는 유한대학의 몇 곳에 정도다. 일부 대학에서 올해 신입생 안전보건 관련학과를 신설하기도 한다. 그런데 졸업자가 워낙 적으니 교육당국과 대학이 안전관련학과를 신설해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안전관련학과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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