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과 같은 듯 다른… 지원은 미지근, 선긋기까지

李, 지지율 ‘답보’에 전략 변경했지만… 2007년 정동영과 유사점 보여
레임덕 없는 文, 영남 출신 등 차이점 있어… ‘제2 정동영’ 평가 어렵다는 분석도

2007년과 같은 듯 다른… 지원은 미지근, 선긋기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 마포구 앤드스페이스에서 열린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놓고 2007년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소환되고 있다. ‘정권 색채 빼기’, ‘낮은 호남 지지율’ 등 선거상황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정치지형에선 차이를 보여 ‘정동영 리스크’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선대위 조직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개편 배경엔 낮은 지지율로 인한 쇄신 요구가 있다.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고 ‘다급함이 없다’라는 평가까지 직면했다.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후보 빼고 다 바꿔야 한다. (황운하 의원)” 등의 공개적인 비판 발언이 그 예다. 

이낙연 경선 캠프 인사를 전진 배치했던 것과 달리 친이(이재명)계 인사를 전면에 세웠다. 후보와 본부장이 직접 소통하는 구조로도 변화를 꾀했다. 총괄본부장을 없애고 각 본부를 상임선대위원장 산하로 두며 상임선대위원장 및 이 후보와 실시간 소통하는 체제로 재정비했다. 


지지율 반등 전략으로 ‘문재인 정부와 거리 두기’도 택했다. 특히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소상공인 대표들과 함께 한 '전국민 선대위'에서 “기획재정부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쥐꼬리만큼 지원해서 국민들이 고통받게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지난달 16일 선대위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정책 결정 집행자들이 따뜻한 방 안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현장에서는 정말로 멀게 느껴진다. 다수의 국민,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현장 감각도 없이 필요한 예산들을 삭감하는 것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이러한 상황에 정치권에선 17대 대선 당시 여당 후보였던 정 후보가 회자됐다. ‘정권 색채 빼기’, ‘낮은 호남 지지율’ 등이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정 후보는 당시 ‘친노(노무현계)’ 색빼기에 주력한 바 있다. 임기 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크게 떨어지자 노무현 정부와 등을 돌렸다. 노 전 대통령에 탈당을 요구한 데 이어 후보 선출 이후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 폭탄은 징벌적 수단이 됐다” 등 비판적인 발언을 연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정 후보는 진보진영 최대 지지 기반이던 호남에서 표를 잃었다. 17대 대선 선거운동 개시 이후 정 후보의 호남지지율은 40%대였다. 

일각에선 이 후보의 호남지지율이 정 후보의 지지율과 유사하게 낮은 흐름을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승용 정치평론가는 KBS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해 ‘제2의 정동영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어쩔 수 없이 지지하는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예년의 다른 민주당 후보에 비해서는 훨씬 낮고 이것이 더 낮아질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역대 대선후보들과 비교해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높은 편”이라며 “매타버스로 호남권을 방문한 뒤 이후 호남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호남 쪽에도 이 후보가 가진 장점, 진정성 등을 알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대선후보 호남지지율은 △19대 문재인 후보 52% △18대 문재인 후보 37%(단일화 후 75%) △17대 정동영 후보 42.9% △16대 노무현 후보 42.8%(단일화 후 70.3%) 등이었다. 

호남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는 이낙연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전면에서 돕지 않는 상황도 악재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최근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에게 낙선 인사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등판에 대해 “어쨌든 적극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공동유세 같은 데 오지 않으시겠나 생각한다”라고만 전망했다. 

유사한 흐름의 선거 운동 상황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 이 후보의 출신 등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제2의 정동영’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는 설명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2007년과 지금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정 후보는 △후보에 대한 엇갈린 당 내 평가 △호남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레임덕 상황 등이 있었다. 당 내에서도 ‘정동영으론 안된다’라는 생각이 공유됐고, 노 전 대통령과의 대립으로 호남 표가 이탈됐다. 영호남 대립구도에서 호남출신의 약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이 후보는 영남 출신인 데다 문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당내 응집력도 2007년과는 다르다”며 “외연 확장을 위해 문 정부와 거리두기 전략을 이 후보가 취하고 있다. 외연확장으로 지지율이 오르면 이 후보에 대한 지지기반이 더 강해질 수 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거리두기’ 전략은 친문이나 청와대도 이해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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