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세 여자들 [‘오징어 게임’ 할 사람②]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속 서바이벌 게임장은 약육강식의 논리로 굴러간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일찌감치 죽임을 당하거나 무리에서 배제돼 죽음으로 내몰린다.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게임장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여성들은 있다. 생존으로 혹은 죽음으로 제 존재감을 뿜어내는 강새벽(정호연), 한미녀(김주령), 지영(이유미)이 그 주인공이다. ‘오징어 게임’ 속 세 여자를 연기한 배우들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본다.

* ‘오징어 게임’ 내용이 담겼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강새벽을 연기한 정호연.   넷플릭스
■ 정호연


‘오징어 게임’에선… 새터민 강새벽을 연기했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과는 악연으로 얽힌 인물이다. 기훈이 경마장에서 딴 돈을 소매치기한 범인이 바로 새벽이다. 새벽이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이유는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서다. 동생은 보육원에, 부모님은 북에 있다. 언제나 혼자인 그의 눈은 독기로 이글거린다. 조직폭력배 덕수(허성태)와도 악다구니할 만큼 깡다구와 집념이 대단하다. 황동혁 감독은 새벽 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으려 오디션을 거듭하다가 정호연을 발견하고 ‘이 친구가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 황 감독은 “정호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날 것의 얼굴과 감정이 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전엔… 모델로 활동했다. 2011년 올리브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2에 출연했으나 방송 초반 탈락했고, 2년 뒤 도전한 시즌4에서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며 얼굴을 알렸다. ‘오징어 게임’은 그의 배우 데뷔작이다. 미국 뉴욕에서 패션위크를 준비하던 중 소속사를 통해 ‘오징어 게임’ 오디션 영상을 제출했다. 황 감독으로부터 ‘실물을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뒤에는 모델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패션잡지 데이즈드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당시에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며 “그 모든 걸 혼자 이겨내고 나니, 내 마음에 뭔가 단단한 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한미녀를 연기한 김주령.   넷플릭스
■ 김주령

‘오징어 게임’에선… 억세고 악착같은 한미녀를 연기했다. 사기 전과가 있는 미녀는 게임장 안에서도 세 치 혀를 놀려 목숨을 부지한다. 반칙은 기본이요, 강해 보이거나 이길 것 같은 팀에 붙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금지물품을 몸 속에 몰래 넣어올 만큼 배짱이 두둑하고 ‘운발’도 끝내준다. 부스스한 머리카락, 희번덕대는 눈동자, 쉰 목소리, 심지어 ‘미녀’라는 (본명인지 가명인지 알 수 없는) 이름마저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남성들끼리만 끈끈한 팀워크를 다지는 게임장 안에서, 미녀는 유일하게 통쾌함을 안겨주는 캐릭터다. 쉽게 사랑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미워할 수도 없다.

‘오징어 게임’ 전엔… 2000년 개봉한 영화 ‘청춘’(감독 곽지균)으로 연기를 시작해 연극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동했다. ‘오징어 게임’을 쓰고 연출한 황 감독과는 2011년 나온 영화 ‘도가니’로 호흡을 맞췄다. JTBC ‘SKY캐슬’에서 세리(박유나)가 미국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고 거짓말한 사실을 알고 승혜(윤세아)에게 전화해 “에브리싱 라이!(everyting lie) 뻥, 뻥이라고!”를 외쳤던 바로 그 배우다. tvN ‘미스터 션샤인’에선 고종황제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어머니인 엄비를 맡았고, 지난 7월 종영한 TV조선 ‘구름과 바람과 비’에서 배오개 주막 주인을 연기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지영을 연기한 이유미.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 이유미

‘오징어 게임’에선… 지영을 연기했다. 초반엔 아예 등장하지 않다가 4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감정 없는 표정과 초점 없는 눈동자, 냉소적인 태도에선 어떤 욕망도 읽어내기 어렵다. 상금을 차지하려 악다구니 쓰는 참가자들과 달리 게임에 참여한 계기나 목적이 불분명하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지영은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유미는 ‘오징어 게임’ 공개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영은) 내가 연기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봐도 멋진 캐릭터”(일요신문)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오징어 게임’ 전엔… 서늘한 분위기 때문인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다. 이환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 속 세진이 대표적이다. ‘박화영’에서 세진은 가출 청소년으로 어느 날 덜컥 아이를 임신한 뒤 사라진다. ‘박화영’의 스핀오프인 ‘어른들은 몰라요’에선 동갑내기 주영(안희연)을 만나 뱃속 아이를 낙태하려 분투한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에선 경쟁률 1000대 1을 뚫고 인질 반소연 역을 따냈다. 2010년 방송한 MBC ‘미래를 보는 소년’을 시작으로 KBS2 ‘땐뽀걸즈’,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등 드라마에도 꾸준히 출연했다.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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