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방역으로는 ‘4차유행’ 못 막는다…‘위드코로나’ 대안될까

확진자 수 감소 어렵고 추가사망 문제 심각

하루살이 방역으로는  ‘4차유행’ 못 막는다…‘위드코로나’ 대안될까
14일 오전 서울 신촌기차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07.14 최은성 인턴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국내 코로나19 4차 유행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확산세를 꺾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318명으로 일요일 확진자(월요일 0시 기준 발표) 기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주말은 검사검수 감소 영향에 따라 평일 대비 확진자 수가 적기 때문에 주중 신규 확진자수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이날 국내 발생 확진자 중 비수도권 비율이 40%를 넘어 전국적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휴가철 지역 간 이동, 풍선효과 등의 차단을 위해 27일 0시부터 비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를 일괄적으로 격상한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확산 규모를 줄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전문가들이 ‘풍선효과’를 우려하며 방역 강화 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으나 당국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일괄 격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주일이나 열흘 뒤 상황을 예측해서 방역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매번 하루살이 방역을 했다. 오늘 집계된 환자 수를 가지고 상황 판단을 하니 뒷북 치고 오판을 하는 것”이라며 “거리두기 2주, 2주같이 ‘두더지 잡기’식으로 하는 것은 인디언 기우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의 4단계 조치 연장에 대해서도 “그간 효과가 없었는데 2주 연장한다고 효과가 나겠느냐. 23일 0시 집계 환자 수가 1600여명인데, 이들은 전날 감염된 사람들이 아니”라면서 “실제로는 2000명이 넘었을 수 있다. 일주일이나 열흘 전 이미 감염이 시작돼 잠복기 5~6일이 지난 후 증상이 나와 검사를 받고, 몇 시간 후 결과가 나와 집계된 사례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수도권 단계 격상 등의 조치가) 늦었다기보다는 델타 변이 속도가 빨라서 방역 자체의 목적을 ‘확진자 감소’ 방향으로 가기엔 너무 어려울 수 있다. 수도권의 4단계 조치나 백신 접종을 지속하더라도 확진자 수를 급속히 줄이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거리두기 외 추가적인 정책 방안 없다. 지금부터라도 다음 단계로 어떻게 이행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거리두기 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접근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방역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치명률이 독감과 비슷해졌고, 방역 피해로 인한 초과 사망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어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 방역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치명률이 0.2%대로 낮아졌다. 독감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예방접종 전에는 1.5%, 높을 때는 3%까지 높았지만 지금은 그에 10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 그런데도 예전의 코로나처럼 관리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방역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잘 알려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피해 외 초과사망자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서 “지난해 발생한 4000건의 초과사망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이 중 800명은 코로나로 사망했고 나머지 3200명은 다른 이유로 사망했다. 코로나 방역으로 응급대응이 제대로 안 돼 사망했거나, 병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거나 자살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지 않았을 때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라며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려져 있고 치명률이 낮아진 지금 상황에서 예전처럼 관리하는 것은 소위 피해만 크고 효과는 낮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50대 고위험군, 60대 백신 미접종자 등이 남아있어서 영국이나 이스라엘처럼 할 순 없겠지만 그 중간단계에 해당되는 조치를 할 수 있을 것”고 전했다. 

김 교수는 확진자 숫자가 아닌 치명률을 기준으로 방역체계를 세우고,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역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개인위생을 지키는 것은 지속하되 다중이용시설 이용이나 모임을 제한하는 부분은 최소화할 필요하다. 또 치명률이 낮아진 만큼 확진자 수를 환산해 1000명을 100명 기준으로 방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백신 접종률이다. 정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아 당장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위드 코로나로 가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완료돼야 하고, 전체 접종률도 높아야 한다. 의료체계는 고위험군 관리로 전환돼야 하고 거리두기 단계를 내릴 땐 천천히 내려야 한다”면서도 “전제조건에 백신 접종 부분이 커서 당장은 (위드코로나로 가는 것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궁극적인 예방은 백신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만 백신은 바로 효과가 발휘되지 않는다. 당장 3000만명분의 백신이 있어서 오늘 접종한다고 해도 1회 접종 효과를 보려면 10일이 걸리고, 2회 접종을 완료하려면 한 달이 걸린다. 백신은 앞으로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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