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타이어산업협회, 특정업체에 운송 일감 몰아줘 '논란'

폐타이어 운송비 상승 부추겨
카 센터 등 영세업체 경제적 부담 가중
생산자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EPR제도’개선 목소리 높아

대한타이어산업협회, 특정업체에 운송 일감 몰아줘 '논란'
대구 달서구 본리동 타이어 전문가게 밀집지역에서 폐타이어가 야적된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재현 기자


[안동=쿠키뉴스] 노재현 기자 =19일 카센터와 자동차 정비공장, 타이어 전문업체 등 대구지역 도심 곳곳에서 폐타이어가 야적된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폐타이어는 겹겹이 위태롭게 쌓여 있어 도심의 외관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까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빗물이 고인 폐타이어에는 악취와 함께 각종 병균과 모기의 서식지가 되고 있어 지역민들의 건강에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단지 대구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 등에서는 폐타이어 처리를 위해 혈세를 쏟아 붙고 있지만, 연간 40만t에 이르는 폐타이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폐타이어가 도심 곳곳에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폐타이어를 처리하는 대한타이어산업협회(이하 협회)의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EPR)’ 운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EPR제도’


환경부에 따르면 2003년부터 도입한 ‘EPR제도’는 생산자에게 제품 사용 후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즉, 생산자가 제품을 판매하는 시점까지만 책임을 지고 사용 후 발생한 폐기물은 소비자의 책임으로 부과되던 종전의 상황에서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부과금을 생산자가 부담해야 하는 강제성이 부여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의 운용을 두고 협회와 재활용업체, 카센터 등과의 갈등이 일고 있다. 협회가 폐타이어를 수집·운반하는 업체를 소수로 제한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군소 업체에는 진입 장벽이 높은 ‘폐타이어 수집·운반 등록’


협회는 현재 25개사의 폐타이어 수집·운반업체를 등록받아 운용하고 있다. 부지면적 3300㎡(약 1000평)에 지게차 5대를 두는 것이 등록조건이다.

이들 25개사는 또 다시 600여개에 이르는 수집·운반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사슬로 이뤄진다. 폐타이어를 안정적으로 처리한다는 명분이나 군소 영세업체는 엄두도 못 낼 조건이다.  

게다가 등록조건을 갖췄어도 ‘폐타이어 재활용위원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총 1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협회 부회장이 위원장으로 맡고 있으며, 협회의 공제조합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도 기존 수집운반업자와 대형 재활용사업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신규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폐타이어수집·업체 관계자는 “폐타이어 수집·운반은 폐기물관리법 제46조에 따른 허가를 받는다”면서 “이처럼 타이어산업협회에 등록된 업체와 같은 조건으로 폐타이어 수집·운반허가를 받은 업체를 배제하는 것은 공정거래에 위반되는 사항으로 또 다른 적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운송업자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갑’과 ‘을’간의 벽을 허무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협회는 여전히 구태에 머물면서 ‘갑’질을 하고 있다”면서 “관계 당국의 철저한 실태파악과 함께 행정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 특정업체에 운송 일감 몰아줘 '논란'
폐타이어가 위태롭게 쌓여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노재현 기자


운송비를 둘러싼 갈등도 깊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송비를 둘러싼 갈등도 깊다. 협회는 폐타이어 운송업체에 t당 3만5000원의 운송비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금액이 고스란히 운송업체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폐타이어 운송은 협회에 등록된 25개사의 하도급업체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운송을 완료한 하도급업체가 운송비를 청구하면 협회에 등록된 업체가 소정의 수수료 명분으로 6000원에서 1만5000원을 제하고 지급한다.

운송비로 t당 2~3만원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운송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하도급업체는 할 수 없이 부족한 수송비를 카 센터나 재활용업체 등에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 영세한 카센터의 경우 폐타이어 1개를 처리하는데 작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2000원까지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시멘트 회사의 경우 폐타이어 운송비로 3만5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비싼 국산 폐타이어를 기피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폐타이어를 사용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카 센터연합 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 무상으로 처리했던 폐타이어 수거 운반 업체가 언제부턴가 처리비를 요구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많다”면서 “폐타이어 재활용 관련 행정이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민생은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폐타이어 재활용 업체 지원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온누리 환경연합 이대근 중앙회장은 “타이어 판매 금액 일부는 분명 소비자에게 반환돼야 하고, EPR 제도는 재활용업을 장려하는 데 쓰여져야 한다”면서 “재활용 업체가 부가가치를 높이는 상품을 가공할 수 있도록 환경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협회의 독단적인 운영으로 수거 및 운반업체의 횡포가 만행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부담되고 있다”면서 “대한타이어산업협회의 ERP 집행 절차, 영수 내역 공개와 함께 정상적인 자원재활용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타이어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폐타이어 운송관련 민원이 제기돼 수집·운반업체의 등록기준을 완화했다”면서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신규 등록심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나아지면 많은 업체가 등록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기존 EPR제도 운용과 관련 민원제기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 “행정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검토 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 특정업체에 운송 일감 몰아줘 '논란'
폐타이어 수집·운반업체에 폐타이어가 겹겹이 쌓여 있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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