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매탄소년단, 수원이 불타오르네

폭발하는 매탄소년단, 수원이 불타오르네
왼쪽부터 정상빈, 김건희, 강현묵. 사진=수원 삼성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K리그1(1부리그)의 수원 삼성이 유망주들을 앞세워 명가 재건을 꿈꾸고 있다.

수원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K리그를 호령한 명문 구단이다. 4차례의 리그 우승과 5번의 FA컵 우승 등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삼성전자를 모기업으로 두고 국가대표급으로 구성된 호화멤버를 구성하자 스페인의 명문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를 빗대 ‘레알 수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은 2014년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 외부 영입보다는 유소년 육성에 힘을 기울이는 기조를 택했다. 팀을 대표하던 선수들이 대거 둥지를 옮겼고 성적도 하락했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스플릿 B그룹(7위 이하)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강등 위기까지 겪었다.


선수들과 감독은 모기업에 투자를 요청했다. 이임생 전 수원 감독은 2019년 FA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당시 “염기훈이 ‘우리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가게 되면 구단에서 선수 보강을 도와주지 않겠느냐’라고 말한 기사를 봤다”며 “우리가 ACL에 가게 되면 선수 보강이 필요하다. 구단에서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기업 제일 기획은 선수단의 강력한 요청을 외면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산하 유스클럽인 매탄고의 정상빈, 손효준과 ‘준프로 계약’을 체결했을 뿐 외부 영입은 없었다. 여기에 팀의 유일한 국가대표 선수인 홍철을 울산 현대에 내주자 팬들의 불만은 더욱 쌓여갔다. 올 시즌도 기존에 뛰던 국내 선수를 대거 내보냈고, 외부 영입은 일본 2부리그(J2리그)에서 뛰던 최정훈에 그쳤다.

이에 수원은 적극적인 유망주 기용으로 활로를 찾았다. 유스시스템에 집중, 프로에서 즉시전력감이 될 수 있는 이들을 1군으로 빠르게 콜업했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수원은 올 시즌 10경기를 치른 가운데 4승 3무 3패(승점 15점)을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랐다. 다득점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성남FC를 제쳤다. 외국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출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거둔 성과다.

백미는 울산 현대전이었다. 수원은 지난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0라운드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3대 0 대승을 거뒀다. 울산은 홍철, 이동준, 김인성, 조현우, 원두재, 윤빛가람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7명이 출전했지만 수원 앞에서 힘을 쓰질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수원은 김건희, 강현목, 정상빈이 연속골을 터트려 완승을 거뒀는데 이들은 모두 수원의 산하 유스클럽인 매탄고 출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정상빈이다. 지난해 준프로 계약을 체결한 그는 올 시즌 5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 중이다. 정상빈이 골을 넣은 상대도 포항, 서울, 울산으로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득점 때 보이는 움직임은 화려하고 예리하다. 올 시즌 데뷔한 신예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기대주 강현묵도 기대 이상이다. 지난해 수원에 입단한 강현묵은 울산전에서 후반 2분 호쾌한 중거리슛으로 데뷔골을 올린데 이어, 후반 25분에는 정상빈의 다이빙 헤딩골을 돕는 크로스까지 연결했다.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이날 수훈 선수로 지정됐다.

수비 쪽에서도 매탄고 출신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주전으로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오른쪽 윙백 김태환은 매탄중-매탄고를 거친 수원의 성골 유망주다.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의 공격을 틀어막고 있다. 이밖에 이날 거센 울산의 공격을 저지한 수비수 박대원과 민상기도 매탄고를 졸업한 선수들이다. 매탄고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계속되자 팬들은 그룹 방탄소년단에 빗대 ‘매탄소년단’이라고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박건하 수원 감독은 울산전이 끝난 뒤 “정상민과 강현묵, 김건희가 유스 출신으로 성장을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기대를 많이하고 있다. 울산을 맞이해 그런 선수들을 선발 출전시키면서 걱정도 있었고 기대도 있었다”라며 “선수들을 믿었다. 울산처럼 강한 상대를 맞이해 큰 활약을 펼친 것은 긍정적이다. 그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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