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투표율, 이 남자의 분노... 3등 허경영 [4·7 재보선]

野, 21개 선거구 중 15곳 싹쓸이… 與는 호남 4곳 뿐
20대 男, 오세훈 압도적 지지… 허경영, 7번째 출마서 최고 성적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진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 4·7 재보궐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4년 평가의 성격을 가진 선거에서 시민들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야권의 손을 들어줬다.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부산시장 보선 모두 압도적 표차로 오세훈·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부산시장의 경우 박형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이겼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57.50%(vs 민주당 박영선 후보 39.18%),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62.67%(vs 김 후보 34.42%)를 각각 득표해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서울·부산시장에 이어 기초단체장·광역의원 재보궐선거까지 ‘싹쓸이’했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7일 재보선 21개 선거구 중 15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호남지역 선거구 4곳을 지키는 데 그쳤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실시된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능동로 용마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광역단체장 재보선 투표율 50%대 최초 돌파

전국 21곳에서 실시된 재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55.5%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1216만1624명 중 674만7956명이 투표했다. 작년 4월 21대 총선(66.2%), 2018년 지방선거(60.2%) 투표율보다 각각 10.7%p, 4.7%p 낮은 수치다. 다만 이번 투표가 공휴일이 아니었던 점, 투표 마감 시간(오후 8시)이 2시간 늦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광역단체장 재보선 가운데 투표율이 5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보선 투표율 역대 최고치는 경북 청송·예천의 기초의원 선거가 열린 2014년 10·29 선거(61.4%)다. 

서울시장 선거는 58.2%(490만3624명), 부산시장은 52.7%(154만7296명)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서울시장의 경우 보수진영 우세 지역으로 풀이되는 이른바 ‘강남 3구(서초 64.0%, 강남 61.1%, 송파 61.0%)’에서 높은 투표율이 나타났다. 반면 진보진영 우세 지역인 금천(52.2%), 중랑·관악(53.9%), 강북(54.4%) 등은 부진한 투표율을 보였다. 

지난 2~3일 진행된 사전투표율도 역대 재보선 최고치(20.5%)를 기록했다. ‘미니 대선급’으로 불린 이번 선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1층에서 4·7 보궐선거 패배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격차 더 벌린 ‘이남자의 분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표심은 ‘20대 남성’이다. 이른바 ‘이남자’들은 오 후보와 박 후보의 득표율 격차를 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과거 ‘촛불 정국’ 등에서 진보진영에 지지를 보냈던 이들이 보수정당 후보에게 몰표 수준의 지지를 보냈다. 7일 밤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오 시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선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은 22.2%에 불과했다. 

조국 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사태(인국공) 등 ‘불공정’ 문제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취업난 등으로 인한 분노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투기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여권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청년 비하’ 발언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박 후보는 20대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다는 지적에 “20대는 과거 같은 것에 대해 40~50대보다 경험치가 낮지 않은가”라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압도적 표차를 이끈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흥행몰이를 이끈 ‘청년 유세단’ 기획자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남자, 자네들은 말이지”라고 적으며 간접적으로 마음을 전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서울시장 후보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허 후보 페이스북 캡쳐

허경영, 공직선거 출마 7번째 만에 ‘쾌거’

매월 연애수당 20만 원, 무보수 근무 등 ‘파격 공약’을 내세운 국가혁명당 허경영 서울시장 후보가 거대 양당의 두 후보를 뒤이어 3위 득표율을 기록했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허 후보는 총 5만2107표를 얻어 1.0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허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군소후보로 득표율 1%대를 기록한 유일한 인물이다. 4위는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0.68%, 3만3421표), 5위는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0.48%, 2만3628표), 6위는 무소속 신지예 후보(0.37%, 1만8039표) 등으로 허 후보를 제외한 모두가 1%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허 후보는 이번 보선이 공직선거 7번째 출마다. 1991년 지방선거, 1997년 15대 대선, 2004년 17대 국회의원 총선거, 2007년 17대 대선,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등에 출마했지만 낙선이 이어졌다. 지난 2009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18·19대 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했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습니다”는 허 후보의 보선 캐치프레이즈다. 도둑놈들에게 가는 돈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통 큰 공약도 화제를 받았다. ▲미혼자에게 매달 연애수당 20만 원 지급 ▲시민배당금 매달 20만 원 지급 ▲부동산 보유세, 재산세 폐지 ▲결혼·주택자금 1억5000만 원 지급 등이 있다.

일각에선 기이한 언행과 공약에도 불구하고 허 후보가 득표율 3위에 오른 것은 정치가 지나치게 희화화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이 느끼는 정치 염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지적도 있다. 

허 후보는 2022년 열리는 21대 대선에도 출마할 계획이다. 그는 개표 결과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허경영에게 예산 도둑을 잡아달라는 분노의 민심을 확인했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는 허경영의 진가가 표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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