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생했다 'LG 휴대전화'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2000년대 초. 이제 막 대학 새내기 혹은 사회 초년생으로 20대를 맞이한 청년들에게 휴대전화는 젊음의 상징과도 같았다. 당시 삼성전자 휴대전화보다 값이 저렴하지만 기능 면에서는 남부럽지 않았던 LG 싸이언은 가성비 면에서 청년들에게 인기 만점. TV 광고도 당대 최고 스타 김태희 효과로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이 기세를 앞세운 LG는 휴대전화 황금기 시대를 열며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LG는 2005년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샤인폰, 프라다폰, 뷰티폰, 쿠키폰 등을 내놓으며 승승가도를 달렸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LG의 휴대전화 위상은 난공불락이었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휴대전화 시장은 대 변혁기에 접어든다. 당시 LG전자 수장인 남용 부회장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의 '스마트폰은 찻잔 속에 태풍'이라는 조언을 철석 같이 믿는다. LG의 선택은 처참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 체제로 굳어졌고, LG는 이들 사이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끝 모를 추락만 지속했다. LG의 후회는 만시지탄일 뿐이었다.


맥킨지의 '스마트폰은 찻잔 속에 태풍' 진단을 믿은 LG의 우둔한 결정은 23분기 연속 적자,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로 26년간 지속해온 휴대전화 사업 철수라는 대가로 돌아오게 됐다.

휴대전화사업을 살리려 했던 LG의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역대 휴대전화사업본부장들은 해마다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네! 근데 LG폰이네!'로 되풀이됐다.

LG의 고졸 신화 조성진 부회장은 고객 신뢰 회복을 내세우며 휴대전화 사업 회복에 칼을 빼 들었지만, 시장에서 고착화된 존재감 없는 LG 휴대전화의 회복은 감히 그러한 마음을 품어서는 안되는 언감생심이었다.

여기서 깊은 의문이 든다. 선대 구본무 회장은 꺼저가는 휴대전화 사업 부응을 위해 직접 사업을 챙기며 그룹 차원에서 1년간 절치부심하면서 옵티머스G를 내놓은 반면, 지금의 경영진들은 이렇다 할 메세지 또는 행동을 보였나 싶다.

일각에선 LG의 휴대전화 사업 철수를 두고 고(故)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에 빚대지는 시선도 있지만, 어쨋든 경영진들은 그룹 주력 사업인 휴대전화 사업이 철수되도록 무엇을 했는지 의문만 남았다. 

LG전자는 사업 철수를 하면서 그간 스마트폰 사업 턴어라운드를 위해 '생산라인 이전', '인력 재배치', 'ODM 확대' 등 사업구조 개선에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흑자전환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확실한 구원투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휴대전화 명가 재건을 위해 노력한 LG휴대전화사업부 구성원들의 땀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고생했다. LG 휴대전화."

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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