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대재해법, 경영자 처벌한다고 사고 안날까”

건설사, 안전전담 조직 꾸리고 스마트기술 도입
"사고는 언제든 발생…발주자 감시 우선돼야"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기업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근본적인 건설현장 안전사고 해결을 위해서는 처벌에 앞서 발주자에 대한 감시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안전관리 비용 등은 발주처의 입찰가격에 포함돼 있어, 시공사 입장에서 가격경쟁을 하기 위해 비용을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진=안세진 기자

중대재해법, 탄생 배경은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한 단계 높인 법이다. 산안법은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보고, 사업주가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때 처벌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산안법 연장선상에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기업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등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설업은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업종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산안법 위반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671곳 중 건설업이 382곳으로 전체의 56.9%를 차지했다. 또 최근 5년간 3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총 221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 부딪힘, 끼임, 넘어짐, 물체에 맞음 등의 재해가 전체 68.3%(151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안전관리 집중하는 건설사

건설업계도 손만 놓고 있진 않았다. 이들 또한 자체적으로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안전점검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상시 운영 중이다. 포스코건설도 안전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담당 임원을 실장급(상무)에서 전무급인 최고안전책임자로 격상했다. 또 안전보건센터를 기존 2개 부서에서 4개 부서로 확대했다.

DL이앤씨는 기존에 발생했던 재해를 유형별로 데이터화해 안전관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본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사를 대상으로 안전체험학교를 확장 운영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협력사와 함께 안전·보건 활동을 강화했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은 현장에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했다. SK건설도 현장을 관리할 수 있는 관제센터를 구축해 국내외 현장을 감시 중이다. 대우건설은 사진 기반의 협업 솔루션앱을 개발했다. 작업자는 현장 내 위험요소 등을 담당자에게 조치 요청할 수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발주자 입찰시스템 개선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다. 건설업계가 중대재해법을 반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설업계는 “아무리 방지하려 노력해도 사고는 날 수 있다”며 기업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산업재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설업이 타산업군에 비해 산업재해 사망자수가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사망사고 원인은 다양하다.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될 수도, 개인의 부주의가 될 수도, 정부 말처럼 경영책임자가 될 수도 있다”며 “처벌은 인과관계를 따져야 하는데 무조건 책임자만을 처벌하겠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업자 처벌 이전에 사업 발주자에 대한 감시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 특성상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발주자가 업체에게 충분한 시간과 안전관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근본 원인은 발주자 측에 있다. 발주자 측에서 안전관리 비용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하는데 입찰가격에 모든 금액이 포함돼 있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사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현장에 대한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시행된다. 협회 관계자는 “대규모보다 소규모 현장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 20~30인 소규모 현장의 경우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시공사 입장에서 안전 관리에 있어 소홀했을 경우 등에 한해 처벌조항을 만들면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감정적 처벌은 옳지 못하다”며 “안전에 대해 더 철저히 감시하고 이상이 있다면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가야 한다. 그럴 경우 시공사 입장에서 매출뿐 아니라 공사 지체보상금 등으로 인한 타격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문제에 있어 더 열심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asj0525@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뉴스에서 많이 본 뉴스
주요기사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