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뱉고 편의점 부수고… 미국 내 아시아인, 증오범죄에 ‘벌벌’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미국에서 열렸다. AP 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속속 일어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증오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마땅한 근거가 없어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 경찰(NYPD)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2시 30분께 타임스퀘어를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50~55세로 추정되는 흑인 남성이 44세 아시아계 여성과 자녀 세 명에게 큰 소리로 아시아인 비하 발언을 하며 욕설했다. 이어 이들을 향해 침을 두 번 뱉고, 여성이 든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려 발로 찬 뒤 도망쳤다.

같은 날 오후 3시께는 한인이 운영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편의점에 한 흑인 청년이 도로 표지판 기둥으로 보이는 금속 막대기를 갖고 들어와 다짜고짜 난동을 부렸다. 그는 막대기로 편의점 내부 곳곳을 때려 부순 뒤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전날인 29일에도 뉴욕 지하철에서 한 흑인 남성이 주변에 서 있던 아시아계 남성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영상이 유포돼 충격을 안겼다. 

같은 날 맨해튼 한복판에서는 거구의 한 흑인 남성이 마주 보며 걸어오던 65세 아시아계 여성을 넘어뜨리고 발길질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11월 터코마에서 빨간 상의에 검은 바지를 입은 흑인 소년이 길을 가던 아시아계 부부를 향해 달려든 뒤 주먹으로 마구 때려 남성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에 피멍이 들게 만든 것이 3일 CNN 보도에 의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증오범죄’ 규정하면 강한 철퇴… 입증 어려운 게 문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잇따라 벌어지자 한인들을 비롯한 아시아계는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려 애쓰고 있다.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증가한 원인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고 인식되면서 이에 대한 분노가 아시아계를 향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혐오가 본격적으로 발현된 사건은 지난 3월 16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졌다.

증오 범죄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현지 경찰은 용의자인 21세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에 대해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증오범죄 혐의가 입증되면 형량은 더욱 늘어난다.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증오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NYT)는 아시아계를 향한 공격을 증오범죄로 규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계 피해자들이 이전에도 돈을 노린 강도 등을 많이 당한데다가,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처럼 증오 범죄에 대한 명확한 상징물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보복의 두려움과 언어적 장벽 등으로 인해 아시아계가 범죄 신고를 꺼리는 점도 기소 비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라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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