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시즌2 될라’… 게임 업계와 국회, 대화가 필요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비판 메시지를 담은 트럭이 상암동에 서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놓고 게임업계와 정치권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신경전보다는 대화의 창구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도로 발의됐다.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정돼 검토 중이다.

개정안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에서 일정 금액을 투입했을 때 우연적인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형태의 것을 일컫는다. 하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얻으려면 적게는 수 만 원, 수십 만 원을 지불해야 하고 많게는 수천 만원에 가까운 재화를 투입해야 되는 탓에 지나친 사행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업계는 그간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 정보를 공개해 왔지만 지나친 과금으로 불거지는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확률 조작 의혹 등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정부 규제의 필요성이 불거졌다. 

게임업계는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자칫 산업 성장 동력을 해칠 수 있어서다.

주요 게임사들이 부회장사로 있는 게임산업협회는 개정안 발의 소식을 접한 뒤 관련 의견서에서 “게임법 개정안은 산업 진흥 아닌 규제로 쏠렸다”며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하며, 실효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 밸런스는 게임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 부분 중 하나”라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고 비밀로 관리하는 영업 비밀”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런데 협회가 언급한 ‘영업비밀’ 등 몇 가지 키워드가 유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유저들은 ‘이미 자율 공개하는 확률이 영업비밀이라는 것은 모순’이라며 ‘협회가 게임 내 확률이 변동함을 인정했다’고 분노했다. 여기에 게임 아이템 거래 플랫폼인 ‘아이템베이’에서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입을 빌려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일부 게임의 확률 조작 의혹까지 겹치면서 개정안에 힘이 실렸다. 초반 대응 실패로 오히려 게이머들의 비판에 직면한 게임업계다.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협회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도 협회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의 방식, 종류 등을 ‘영업비밀’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서 의미가 크게 와전됐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되는 문제”라고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해외 게임사들 대부분이 아이템 확률 공개를 위반하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들에게만 화살이 돌아가는 게 안타깝다”며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엔 일부 동감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조금 일방적인 것 같다.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칫 제2의 ‘셧다운제’가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는 컴퓨터 게임 과몰입을 염려해 청소년들이 새벽 시간대에 게임을 하는 것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이 제정된 법안이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게임 업계가 대화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가 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공청회 등을 통해 언제나 업계의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법안과 관련해 업계와 대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크게 진전이 없다”며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게임 내에서 몰아내자는 것이 아니다. 확률 공개로 이용자들에게 최소한의 알 권리만 보장하자는 것이다. 사실 개정안에는 게임 진흥에 관련된 내용도 많은데, 지금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상임위 공청회, 법안소위 심사 등을 거쳐 문제가 없다고 평가되면 법제사법위원회로 올라가 검토를 받는다. 법안 실행까지는 최소 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호흡이 긴 장거리 여정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선 업계와 정치권의 지속적인 대화가 절실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슈가 작금의 게임업계 최대 쟁점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핵심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졸속으로 만들어진 게임법을 개정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법안에 포함된 개정안 중 하나인데, 이것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 마냥 삼킨 것 같아 아쉽다”며 “정치권과 업계 모두 나무가 아닌 숲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게임법 개정 논의에 임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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